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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어디까지 물어줘야 하나 - 통상의 손모와 보증금 공제 총정리

Posted on 10월 7, 202610월 9, 2026 by 부석준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어디까지 물어줘야 하나 - 통상의 손모와 보증금 공제 총정리
부석준 변호사2026. 10. 7.네이버 블로그 원문
이사 나갈 때 원상복구, 어디까지 물어줘야 하나 - 통상의 손모와 보증금 공제 총정리

이삿짐을 모두 뺀 날, 보증금을 돌려받기로 한 자리에서 임대인이 집을 한 바퀴 둘러본다. 벽지가 바랬고 장판에 가구 자국이 남았으며 창가에 곰팡이가 피었다며, 도배와 장판 값에 청소비까지 빼고 보내겠다고 한다. 계약서에는 퇴거할 때 원상복구한다는 문장이 인쇄되어 있다. 보증금 분쟁은 대개 이 장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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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집을 새것처럼 만들어 돌려줄 의무가 아니다. 빌린 날의 상태로 돌려줄 의무이고, 정상적으로 살면서 생긴 마모와 노후, 이른바 통상의 손모까지 물어내라는 뜻도 아니다. 임차인이 고친 부분은 원칙적으로 철거해야 하지만 전 임차인이 해 둔 시설까지 떠안는 것은 아니며, 보증금에서 무엇을 뺄지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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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원상회복의 기준, 통상의 손모와 임차인 책임의 경계, 곰팡이와 수선의무, 임차인이 고친 부분과 전 임차인의 시설, 원상복구 특약, 보증금 공제와 동시이행을 판례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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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회복이란 무엇인가 - 새것이 아니라 빌린 날의 상태로

민법 제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원래 대가 없이 물건을 빌려 쓰는 사용대차의 규정인데, 민법 제654조가 임대차에 준용한다. 계약서에는 흔히 원상복구라고 적고 판례도 두 말을 섞어 쓰지만 가리키는 의무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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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은 임대 당시의 상태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수리하거나 변경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부분을 철거하여 임대 당시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원상회복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이 수리하거나 변경한 내용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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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회복은 보존의무와 짝을 이룬다.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가 끝나면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해야 한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임차인이 책임지는 것은 그 주의를 게을리해 생긴 손상이지, 사람이 살면서 생기는 변화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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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의 손모 - 살면서 생긴 흔적은 임차인 몫이 아니다

통상의 손모는 목적물을 정해진 용도대로 쓰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모와 노후를 말한다. 햇빛에 바랜 벽지, 가구를 놓았던 자리의 눌린 자국, 오래 써서 헐거워진 문고리 같은 것이다. 이를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은 찾기 어렵지만 답은 법의 구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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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는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그 대가로 차임을 받는 계약이다(민법 제618조). 쓰면 닳는다는 것은 계약할 때부터 예정된 일이고 그 사용의 값은 차임으로 치러진다. 임차인의 책임은 보존의무를 게을리한 데서 나오므로, 정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변화는 애초에 의무 위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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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급하는 계약서도 같은 태도다. 법무부가 국토교통부·서울시 등과 함께 만든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는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이 주택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해 반환하도록 하면서, 시설물의 노후화나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 등은 임차인의 원상복구의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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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물건을 떨어뜨려 깨진 세면대, 실내 흡연으로 찌든 벽지, 반려동물이 긁고 물어뜯은 문틀은 정상적인 사용으로 보기 어려운 손상으로 다투어지는 대표적인 예다. 못 자국처럼 애매한 흔적은 거주 기간과 빌린 용도, 흔적의 정도를 함께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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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손상이라도 새것 값을 그대로 무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내용연수가 상당히 지난 낡은 물건을 신품자재로 복구한 비용을 토대로 손해를 산정할 때에는 감가상각비용을 공제하여야 한다며, 이웃 점포의 누수로 곰팡이가 핀 미용실의 인테리어 공사비 전액을 손해로 본 원심을 파기했다(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6129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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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으로 바꾸어도 전체 가치가 손상 전보다 늘지 않는다면 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는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사건은 아니지만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같은 원칙에서 나온 법리여서, 오래된 벽지와 장판을 새것으로 바꾼 값을 통째로 보증금에서 빼는 계산을 따질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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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와 결로 - 집의 하자는 임대인이 고친다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원상회복과 맞물리는 것이 임대인의 수선의무다. 파손이나 장해가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면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없지만, 수선하지 아니하면 계약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987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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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결이 바로 결로 사건이다. 가구전시장으로 빌린 건물 1층 바닥에 결로가 생기자 원심은 임차인이 환기와 제습을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했다. 대법원은 바닥 밑 단열과 방습조치가 없는 구조상 하자로 결로가 생길 수밖에 없었으므로, 임대인이 원인을 조사해 제습기나 공조시설을 설치하거나 바닥 공사를 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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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별 비용 없이 할 수 있는 환기나 제습을 하지 않은 사정은 임대인의 책임을 제한하는 사유에 불과하다고 했다. 단열이나 방수, 배관처럼 원인이 건물에 있는 곰팡이는 임대인이 고칠 하자이고, 생활 습기를 방치해 키운 곰팡이는 임차인의 보존의무 문제다. 실제로는 두 원인이 섞인 경우가 많아 원인부터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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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물에 수리가 필요한 상태가 생기면 임차인은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알려야 한다(민법 제634조). 처음 발견했을 때 사진과 함께 문자로 알린 기록은 이 의무를 지켰다는 증거이자, 원인이 건물 쪽에 있다는 판단의 첫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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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고친 부분과 전 임차인의 시설 - 받은 상태가 기준이다

임차인이 직접 고치거나 설치한 부분은 원칙적으로 철거해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사철 분쟁에서는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시설을 누가 치우느냐가 자주 문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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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기준은 오래되었다. 전 임차인이 무도유흥음식점으로 쓰던 점포를 빌려 내부시설을 개조한 임차인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자신이 개조한 범위에서 임차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그 이전의 사람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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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도 같은 법리가 확인됐다. 임대인이 개 사육 농장 토지의 임차인에게 원상회복으로 전 임차인 등이 지어 둔 가건물 주택과 개 사육용 철창의 철거를 구했고, 원심은 계약 만료 시 땅을 원상복구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철거의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부분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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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약 문구만으로는 부족했다. 대법원은 땅을 원상복구한다는 기재만으로 임차목적물이 아닌 가건물과 철창까지 원상회복 대상으로 약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렇게 보면 임대인에게만 유리하고 임차인에게는 불리한 내용이 되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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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결론이 난 사건도 있다. 전 임차인에게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영업을 양수하고 점포를 빌린 임차인이 종료 때 인테리어시설을 철거하지 않자, 임대인이 철거하고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했다. 대법원은 시설을 전 임차인이 설치했더라도 임차인에게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을 수긍했다(위 2017다26814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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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가 적혀 있었고, 그 시설은 커피전문점 운영에만 필요한 것이었으며, 비용상환청구권을 포기했다고 원상회복까지 면제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대법원은 90다카12035 판결이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갈림길은 전 임차인의 시설을 넘겨받아 쓰기로 했는지, 계약서가 그 원상회복을 누구에게 맡겼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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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복구 특약과 청소비 - 문구보다 합의의 내용을 본다

원상회복 조항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하는 민법의 강행규정 목록(제652조)에 없다. 특약으로 범위를 넓히거나 좁힐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 특약이 무엇을 정했는지는 계약 전체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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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설치한 시설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한 사정만으로 원상복구의무를 면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고, 계약서에 적힌 원상복구 조항도 단지 부동문자로 남아 있는 무의미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42278 판결).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도 없이 건물 옥상을 뚫어 배기구 32개를 설치한 임차인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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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특약사항에 보수와 시설은 임차인이 하며 임대인은 해 주지 않고, 임차인은 설치한 모든 시설물의 시설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따로 적은 사건에서는, 시설비를 포기하는 대신 원상복구의무도 지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본 원심이 유지됐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목욕탕을 빌린 임차인의 사건으로, 인쇄된 원상복구 조항보다 따로 적은 합의가 결론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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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복구 약정은 임차인의 권리를 줄이기도 한다. 유익비는 가액의 증가가 현존하면 상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민법 제626조 제2항), 대법원은 일체 비용을 부담하여 원상복구하기로 약정했다면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특약으로 본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389, 20396 판결). 음식점 임차인이 보일러 공사비를 청구했다가 배척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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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넘기는 특약은 좁게 읽힌다. 수선의무를 임차인에게 돌리는 특약도 범위를 명시하지 않았다면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 수선에 한하고, 대파손의 수리나 주요 구성부분의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는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34708 판결). 여관 수리를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했어도 노후한 배관과 보일러의 전면 교체는 임대인 몫이라고 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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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의 손모까지 임차인에게 지우는 특약도 같은 흐름에서 읽어야 한다. 무엇을 어디까지 부담하는지가 계약서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노후까지 임차인이 떠안기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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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가 여러 임차인에게 쓰려고 미리 인쇄해 둔 계약서의 조항이라면, 개별적인 교섭을 거치지 않은 이상 약관으로서 약관규제법의 통제를 받는다. 대법원은 명도나 원상복구가 늦어지면 통상 차임과 관리비, 보증금 이자를 합한 금액의 2배를 물리는 조항을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지우는 약관으로 보아 무효라고 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6950 판결). 빌딩 한 층을 빌린 회사가 34일 늦게 인도하자 임대인이 이 조항에 따른 배상금을 보증금에서 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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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비도 같은 틀이다. 짐과 쓰레기를 치우고 생활하며 생긴 오염을 정리하는 것은 원상회복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지만, 다음 임차인을 위한 업체 입주청소까지 당연히 임차인 몫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비용을 임차인이 내기로 했다면 금액과 범위를 정한 특약이 근거가 되고, 그런 약정 없이 임대인이 정한 금액을 빼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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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공제와 동시이행 - 증명은 임대인이, 반환은 함께

보증금은 목적물을 반환할 때까지 생긴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고, 그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 그러나 공제하려면 임대인이 공제를 주장하고 공제될 채권의 발생원인을 주장·증명해야 하며, 그 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했는지는 임차인이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6363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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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건 임대인은 연체관리비와 점포 명도를 구하면서도 원심까지 공제를 주장하지 않았다가 상고심에서 내세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뒤의 사건도 월세 110만 원 상가의 임대인이 원심 변론종결 때까지 특정 달의 연체차임 공제를 주장하지 않았다가 같은 결론을 받았다. 공제는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알아서 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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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복구비 공제는 실제로 복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제다. 계약서에 원상복구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했더라도, 임대인이 원상복구할 의사 없이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여 다시 임대하려 하면 공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계단을 헐고 꾸민 의류매장을 돌려받아 그 상태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임대인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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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이 드러나면 증명의 짐은 임차인에게 넘어온다. 반환된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 임차인은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생겼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을 지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도 같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91347 판결). 앞의 판결은 건물 1층 임차 부분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난 사건, 뒤의 판결은 빌린 장비가 고장 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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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훼손이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생긴 것으로 추단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위 2018다291347 판결). 건물 구조에서 비롯된 곰팡이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임대인은 무엇이 어떻게 상했는지를, 임차인은 그것이 자기 책임이 아님을 증명하게 되고, 양쪽 모두 입주 때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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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회복이 늦어진 데 따른 손해도 무한정 늘지 않는다. 그 손해는 임대인이 실제로 원상회복을 마친 날까지가 아니라 임대인 스스로 원상회복을 할 수 있었던 기간까지의 임대료 상당액이다(위 90다카12035 판결). 그 사건 임대인은 버스터미널 건물 지하의 유흥음식점을 돌려받아 직접 복구한 뒤 공사비와 1년 남짓의 차임 상당액을 보증금에서 뺐고, 대법원은 원상회복의 범위부터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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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회복과 보증금 반환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목적물을 원상회복하여 반환할 임차인의 의무와 연체 차임, 손해배상채권 등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할 임대인의 의무가 서로 맞물린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4697 판결).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마치거나 이행을 제공하기 전까지는 임대인도 보증금 반환을 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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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절에도 한계가 있다. 그 사건 임차인은 전 임차인이 증설한 전기시설을 넘겨받아 쓰다가 원상회복하기로 약정했는데, 복구비 32만 6,000원이 드는 원상회복을 하지 않은 채 열쇠를 돌려주겠다며 보증금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잔존 보증금 1억 2,522만 6,670원 전액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반하고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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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임대인이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지 않는 한,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속 점유해도 반환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지지 않는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6다39720 판결). 그 사건 임대인은 원상복구해 넘겨주면 공제하고 남은 돈을 주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반환할 금액이나 공제할 금액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아 적법한 이행제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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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다툼이 길어져 보증금 자체가 묶이면 지난 8월 이 연재에서 다룬 순서를 따른다.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킨 뒤 집을 비우고 인도를 이행제공해야 임대인이 이행지체에 빠지고 지연손해금이 붙는다. 이때 다툼 없는 원상회복은 마쳐 두어야 이행제공이 적법한지를 두고 다시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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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 입주 날의 기록이 퇴거 날의 증거가 된다

원상회복 분쟁은 법리보다 기록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이 챙길 것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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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입주 날 집 전체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다. 이미 있던 얼룩과 흠, 곰팡이 흔적은 가까이 찍고, 그 파일을 임대인이나 중개사에게 문자로 보내 날짜를 남긴다. 전 임차인의 시설을 넘겨받는다면 그 목록과 원상회복을 누가 할지 특약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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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살면서 생긴 하자는 바로 알린다. 누수나 결로, 곰팡이를 발견하면 사진과 함께 수선을 요청한 기록을 남긴다. 원인이 건물에 있다는 판단도, 임차인이 보존의무를 다했다는 판단도 그 기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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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퇴거 전에 임대인과 함께 상태를 확인한다. 공제 항목마다 언제 생긴 손상인지, 통상의 손모나 입주 전 하자는 아닌지를 가르고, 견적서는 범위와 수량, 단가, 낡은 마감재를 새것으로 바꾸는 값인지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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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다툼 없는 원상회복은 마치고, 다투는 부분은 범위를 특정해 서면으로 남긴다. 공제 내역을 항목별 금액으로 적어 달라고 요구하고, 임대인이 복구 없이 그대로 다시 세를 놓는지도 확인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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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이라면 반대로 준비해야 한다. 공제하려면 입주 때의 상태와 실제 지출 내역으로 공제할 채권의 발생원인을 증명해야 하고, 보증금을 돌려줄 때는 반환할 금액과 공제할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혀 이행을 제공해야 지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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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원상회복은 새것을 돌려주는 의무가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원상회복의 기준은 새것이 아니라 빌린 날의 상태다. 정상적으로 살면서 생긴 마모와 노후는 임차인이 물어낼 대상이 아니고, 책임질 손상이라도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꾼 값을 그대로 지우지는 못한다. 건물 구조에서 비롯된 결로와 곰팡이는 임대인이 고칠 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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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고친 부분은 철거가 원칙이지만, 전 임차인이 해 둔 시설은 넘겨받아 쓰기로 했거나 계약서가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임차인 몫이 아니다. 보증금에서 무엇을 뺄지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하고, 사소한 미비를 이유로 보증금 전액을 붙잡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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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회복은 빌린 것을 빌린 대로 돌려주는 의무다. 그 기준선을 지키는 힘은 입주하는 날 남겨 둔 기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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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10. 7.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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