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제나 세금, 직업상의 이유로 형제나 자녀, 지인의 이름을 빌려 집을 사 두는 일이 있다. 몇 년 뒤 그 사람이 등기가 자기 앞으로 되어 있으니 자기 집이라며 돌려주지 않거나, 몰래 팔아 버린다. 돈을 댄 사람은 두 가지를 묻는다. 집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 그 사람을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질문의 답은 다르다. 남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이고 과징금과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그러나 무효라고 해서 돈을 댄 사람이 부동산을 잃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대로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을 마음대로 팔아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2021년 전원합의체의 결론이다. 민사에서는 돌려받고, 형사에서는 묻지 못한다.
이 글은 그 두 답이 갈리는 지점을 유형별로 정리한다.
명의신탁이란 무엇인가 - 세 가지 유형과 부동산실명법의 구조
부동산실명법은 실권리자가 대내적으로는 물권을 보유하면서 등기만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명의신탁약정이라 정의한다(제2조 제1호). 돈을 댄 사람이 명의신탁자,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명의수탁자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명의신탁은 세 유형으로 나뉜다. 신탁자가 자기 소유 부동산의 등기를 수탁자 앞으로 넘기는 양자간 등기명의신탁, 신탁자가 매도인과 계약하고 등기만 매도인에게서 수탁자 앞으로 바로 넘기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중간생략등기형), 수탁자가 직접 매수인이 되어 계약하고 등기까지 받는 계약명의신탁이다. 어느 유형인지에 따라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무엇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제재는 세 겹이다. 명의신탁자에게는 부동산 가액의 100분의 30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되고(제5조 제1항), 과징금을 받고도 자기 명의로 등기하지 않으면 1년이 지난 때 부동산평가액의 100분의 10, 다시 1년이 지난 때 100분의 20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제6조).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제7조).
예외는 제8조다. 종중, 배우자, 종교단체 명의로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제4조부터 제7조까지를 적용하지 않는다. 부부 사이의 명의신탁이 유효한 근거가 이 조문이다. 다만 강제집행 면탈이나 조세 포탈 목적이 드러나면 배우자 명의라도 특례가 없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도7359 판결).
무효라도 부동산을 잃지 않는다 - 2019년 전원합의체가 그은 선
명의신탁이 금지된 행위라면 그 등기를 돌려달라는 청구도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로 막혀야 하는 것 아닌가. 대법원은 2019년 전원합의체에서 아니라고 답했다.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부동산실명법은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고 있고, 등기명의신탁에서 소유권은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남아 있으므로 명의신탁자는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지법상 제한을 피하려고 명의신탁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관 네 명의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다수의견이 판례가 되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불법이니 당신도 못 돌려받는다고 버티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유형별로 다른 반환 방법 - 등기 말소, 매도인 대위, 매수자금 부당이득
무엇을 돌려받는지는 유형이 정한다.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는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소유권에 기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 말소를 청구하면 된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는 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고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지만,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다.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고, 그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매도인을 대위하여 수탁자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한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수탁자가 이미 제3자에게 팔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제3자는 유효하게 권리를 취득하고(제4조 제3항), 명의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처분대금이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8다284233 전원합의체 판결).
계약명의신탁은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는지에 따라 갈린다. 매도인이 몰랐다면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고, 명의신탁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부동산이 아니라 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집값이 올랐어도 오른 만큼은 받지 못한다. 매도인이 알았다면 등기와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이고 매수인 지위가 당연히 명의신탁자에게 넘어오지 않으며,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에게 넘기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별도의 양도약정을 원인으로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그래서 반환 사건의 첫 작업은 유형 판정이다. 매매계약서의 매수인이 누구인지, 계약금과 잔금을 누가 보냈는지,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았는지가 갈림길이다. 같은 남의 이름으로 산 집이라도 계약명의신탁으로 판정되면 부동산 자체는 돌려받지 못한다.
수탁자가 몰래 팔아도 횡령죄는 아니다 - 2016년과 2021년 전원합의체
과거 판례는 명의수탁자의 임의 처분을 횡령죄로 보았다. 대법원은 두 차례 전원합의체로 이를 뒤집었다.
먼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다. 명의수탁자가 돈을 빌리면서 신탁받은 부동산에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으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한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소유자가 아니고,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사실상 위탁관계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일 뿐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이 아니라고 보았다.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파기되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증여자로부터 바로 수탁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도 같다(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5도89 판결).
다음은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이다. 소유권이 명의신탁자에게 남아 있으므로 수탁자의 보관자 지위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처분대금 반환약정이 모두 무효이고, 수탁자의 말소등기의무는 원인무효 등기의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불과하며, 제4조 제3항에 따라 처분이 유효하게 될 가능성은 제3자 보호를 위한 예외일 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양자간 명의신탁에서도 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계약명의신탁은 그 전부터 횡령죄가 아니었다. 매도인이 몰랐다면 수탁자가 소유자이고(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매도인이 알았더라도 수탁자는 신탁자와 매도인 어느 쪽에 대해서도 횡령죄나 배임죄의 주체가 아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도7361 판결).
세 유형 모두에서 열쇠는 소유권이 아니라 위탁관계다. 법이 금지한 관계는 형법이 보호할 신임이 아니라는 것이 일관된 논리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처분했을 때 횡령 고소로 압박하여 돌려받겠다는 전략은 통하지 않고, 답은 민사의 등기 말소나 부당이득 반환에서 찾아야 한다. 다만 문서 위조나 기망 같은 사정은 별개의 범죄로 검토한다.
명의를 빌리는 쪽과 빌려주는 쪽의 위험 - 과징금, 압류, 세금
명의를 빌리는 쪽의 위험은 반환 소송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환 소송을 내는 것 자체가 명의신탁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므로, 과징금과 이행강제금, 형사처벌을 감수하고도 소송으로 얻을 것이 더 큰지 먼저 비교해야 한다.
더 큰 위험은 제3자다. 제4조 제3항의 제3자는 명의수탁자가 물권자임을 기초로 그와 직접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으로서, 물권을 취득한 자뿐만 아니라 압류 또는 가압류채권자도 포함하고 선의·악의를 묻지 않는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9다272725 판결). 수탁자의 빚 때문에 그 집이 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가면 명의신탁자는 막을 수 없고, 남는 것은 빚에 몰린 수탁자에 대한 금전 청구뿐이다.
명의를 빌려주는 쪽도 안전하지 않다. 명의수탁자도 형사처벌 대상이고, 등기명의자로서 세금과 각종 규제의 기준이 되며, 신탁자와 다툼이 생기면 소송의 피고가 된다.
돌려받으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 자금 출처, 등기권리증, 상속과 이혼
반환 소송의 첫 관문은 증명이다. 등기명의자는 적법한 절차와 원인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등기가 명의신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 등기권리증은 실질 소유자가 갖고 있는 것이 상례이므로, 수탁자로 지목된 사람이 갖고 있다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한 명의신탁 인정에 불리하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90883 판결).
부부 사이는 한 겹이 더 있다. 혼인 중 일방의 단독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배우자가 실제로 대가를 부담하여 실질적으로 소유하기 위해 취득했음을 증명해야 하고 매수자금의 출처가 배우자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다49572 판결).
그래서 증거는 돈의 흐름으로 갖춘다. 계약금과 잔금의 송금 내역, 대출 상환과 재산세·관리비 납부 주체, 임대료 수령 계좌, 등기권리증의 보관자가 핵심이다. 명의신탁 합의서나 각서가 있으면 실권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만, 같은 문서가 과징금과 형사처벌의 증거가 된다는 점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상속과 이혼에서는 다툼의 상대가 바뀐다. 명의수탁자가 사망하면 명의신탁관계는 그 상속인과의 사이에 그대로 존속하므로(대법원 1996. 5. 31. 선고 94다35985 판결) 신탁자는 상속인을 상대로 등기를 돌려받고, 부부간 특례로 유효했던 명의신탁은 배우자 일방이 사망한 뒤에도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 유효하게 존속한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99498 판결). 이혼에서는 제3자 명의의 재산이라도 부부 일방이 명의신탁한 재산으로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것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9. 6. 9.자 2008스111 결정).
정리 - 민사는 돌려받고, 형사는 묻지 못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명의신탁은 무효이고 과징금과 형사처벌의 대상이지만,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잃는 것은 아니며 불법원인급여도 아니다. 돌려받는 대상은 유형에 달렸다. 양자간과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는 등기 말소와 이전으로 부동산을 되찾고,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몰랐다면 매수자금만 돌려받는다. 제3자에게 처분되거나 압류되면 부동산은 회복되지 않고 부당이득 반환만 남는다. 수탁자의 임의 처분은 어느 유형에서도 횡령죄가 되지 않으므로 형사 고소로 압박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승패는 자금 출처와 등기권리증, 합의서로 명의신탁을 증명하는 데서 갈리고, 소송 자체가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부르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남의 이름으로 산 집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돈을 누가 댔는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누가 매도인과 계약했는지, 매도인이 알았는지, 수탁자가 이미 처분했는지, 그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답을 정한다. 명의를 빌리기 전에 이 네 가지를 따져 보았다면 빌리지 않았을 사람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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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9. 17.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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