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기를 넉 달 앞두고 집주인에게서 문자가 온다. 저희 가족이 들어가 살 예정이라 연장은 어렵다는 내용이다. 이사철에 급하게 집을 구하고, 더 비싼 집으로 옮기고, 몇 달 뒤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온 것을 알게 되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게 일어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입자에게는 한 번 더 2년을 요구할 법정 권리가 있고, 집주인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법이 열거한 것뿐이다. 실거주는 그 사유 중 하나지만, 실거주할 뜻이 진짜라는 점은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 거짓이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법이 정한 배상액은 갑자기 이사를 나가야 했던 실제 손해에 비하면 작고, 그 이상은 세입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이 글은 개정 연혁에서 출발해 갱신요구권의 요건, 실거주 거절을 둘러싼 실무와 판례, 손해배상의 계산과 한계를 순서대로 정리한다.
2020년 개정 - 한 번 더 2년, 그리고 5퍼센트
개정 전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년의 최소 기간을 보장하고, 만기 전에 아무 통지가 없으면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는 묵시적 갱신을 두고 있었다. 집주인이 기간 안에 갱신 거절을 통지하기만 하면 세입자는 2년마다 집을 비워야 했다.
2020년 7월 31일 개정과 동시에 시행된 법률 제17470호가 이 구조를 바꿨다. 임차인이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신설됐고, 갱신할 때 차임과 보증금의 증액은 약정액의 20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이 붙었다(제7조 제2항). 흔히 임대차 2법이라 부르는 것이고, 이듬해 6월 시행된 전월세신고제까지 묶어 임대차 3법이라고도 한다. 묵시적 갱신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집주인이 아무 통지를 하지 않으면 전과 같은 조건으로 2년 갱신된다(제6조). 갱신요구권은 여기에 더해 집주인이 거절 통지를 하더라도 세입자가 명시적으로 갱신을 요구해 그 거절을 봉쇄할 수 있게 한 장치다.
갱신요구권의 요건 - 기간, 한 번, 2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임차인은 제1항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요건은 단순하다.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할 것, 그리고 한 번만 행사할 것이다. 2개월 전을 넘겨 요구하면 권리가 사라지므로 시점이 생명이다. 갱신된 임대차는 전과 같은 조건이고 차임과 보증금만 5퍼센트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제3항). 갱신 뒤에는 세입자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기므로(제6조의2 준용), 2년을 다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요구는 말로도 가능하지만 분쟁이 생기면 시점을 증명해야 하므로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기는 것이 실무의 기본이다.
거절 사유 - 아홉 가지, 그리고 실거주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아홉 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차임을 2기분 연체한 경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서로 합의해 상당한 보상을 한 경우, 동의 없이 전대한 경우,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주택을 파손한 경우, 주택이 멸실된 경우, 철거나 재건축을 하는 경우,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그 밖에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실무에서 분쟁의 대부분은 여덟 번째, 실거주 사유에서 생긴다. 다른 사유는 세입자의 잘못이나 객관적 사정이라 다툴 여지가 적지만, 실거주는 집주인의 마음속 계획이라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집을 파는 경우도 여기에 얽힌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임대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갱신 거절 기간 안이라면 실거주 사유로 거절할 수 있고,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주택의 양수인도 그 기간 안이라면 자신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같은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세입자가 먼저 갱신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새 집주인의 실거주 거절이 막히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어느 경우든 거절은 만기 2개월 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실거주는 임대인이 증명한다 - 대법원의 기준
실거주라는 말만으로는 거절이 정당해지지 않는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의 증명책임이 임대인에게 있고,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런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내심의 장래 계획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그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점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되면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가족의 직장과 학교 같은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 거절 전후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모순되는 언동이 있었는지, 그 언동으로 세입자에게 갱신에 대한 정당한 신뢰가 생겼는지, 기존 주거지에서 이사할 준비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같은 달 대법원은 건물 2층에 살던 집주인이 3층 세입자에게 불편하니 집을 쓰겠다고 전화로 통지하고 인도를 구한 사건에서, 위 기준에 따라 실거주 의사가 증명됐는지 다시 심리하라며 세입자 패소 판결을 파기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3551 판결). 세입자 입장에서는 거절 통지의 경위와 집주인의 앞뒤 말, 매물로 내놓은 흔적 같은 사정이 모두 증거가 된다.
거짓이었다면 - 법정 손해배상과 그 한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⑤ 임대인이 제1항제8호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실거주를 이유로 내보내 놓고 갱신됐을 2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았다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 배상액은 당사자 사이에 예정 합의가 없으면 세 가지 중 큰 금액이다(제6항). 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 새 세입자에게 받는 월차임과 거절 당시 월차임의 차액의 2년분, 그리고 갱신 거절로 세입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이다. 전세라면 보증금을 법정 전환율로 월 단위 차임으로 환산한 환산월차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여기서 현실을 말해야 한다. 앞의 두 금액은 생각보다 작다. 보증금을 환산한 월차임의 3개월분은 갑자기 이사를 나가느라 든 이사비와 중개보수, 더 비싼 집으로 옮기며 늘어난 보증금의 이자, 자녀의 전학과 통근 거리 변화 같은 손해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 번째 항목인 실제 손해액으로 그 이상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어떤 손해가 얼마나 생겼고 그것이 갱신 거절 때문이라는 점은 세입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영수증과 계약서, 대출 이자 내역 같은 자료가 없으면 법정 최소액에 그친다. 거기에 더해 집주인이 2년 안에 제3자에게 임대했다는 사실 자체도 세입자가 밝혀야 하므로, 이사를 나간 뒤에도 그 집의 확정일자나 전입 상황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반대로 집주인은 실거주 중 생긴 부득이한 사정을 증명하면 정당한 사유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실무 순서 - 요구, 서면, 기록, 확인
세입자의 순서는 넷이다.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 요구를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긴다. 거절을 받으면 사유를 서면으로 요구하고, 실거주라면 누가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 답을 기록한다. 이사 전에 그 집이 매물로 나와 있는지, 집주인의 말이 앞뒤가 맞는지 같은 사정을 모아 둔다. 이사 후에도 2년 동안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이사비와 중개보수, 새 집의 계약 조건 같은 손해 자료를 보관한다.
집주인의 순서는 반대다. 실거주 계획이 진짜라면 이사 준비와 사정을 증거로 남기고, 갱신 거절 통지는 기간 안에 서면으로 한다. 실거주 뒤에 사정이 바뀌어 임대하게 됐다면 그 경위를 설명할 자료를 갖춰야 정당한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
정리 - 실거주라는 말만으로는 안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갱신 요구는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한 번에 2년이다. 실거주 의사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거절 뒤 2년 안에 남에게 세를 놓으면 손해배상 책임이 생긴다. 법정 배상액은 월세 3개월분 수준이고, 나머지 손해는 입증해야 한다.
집주인의 문자 한 통으로 이사를 결정하기 전에, 거절 사유는 서면으로 받고 이사 뒤에도 확인하라. 실거주라는 말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법과 대법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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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9. 10.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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