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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이 되는가 - 형법과 민법이 답을 달리하는 이유, 그리고 태아가 다쳤을 때의 배상

Posted on 8월 20, 202610월 9, 2026 by 부석준
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이 되는가 - 형법과 민법이 답을 달리하는 이유, 그리고 태아가 다쳤을 때의 배상
부석준 변호사2026. 8. 20.네이버 블로그 원문
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이 되는가 - 형법과 민법이 답을 달리하는 이유, 그리고 태아가 다쳤을 때의 배상

태아가 언제부터 사람으로 인정받는지 묻는다면 답이 하나일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법에는 답이 여럿이다. 형법이 말하는 시점과 민법이 말하는 시점이 다르고, 개별 법률이 태아를 보호하는 방식도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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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법이 정리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각 법이 지키려는 것이 달라서다. 이 글은 그 차이를 먼저 짚고, 실제 사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지점으로 넘어간다. 임산부가 사고나 범죄를 당해 태아가 죽거나 다쳤을 때 그것이 누구의 피해로 인정되는가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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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이 보는 시점 - 진통이 시작된 때

형법에서 사람인지 아닌지는 처벌의 범위를 가르는 문제다. 살인죄나 과실치사죄의 객체가 되려면 사람이어야 하고, 아직 사람이 아니라면 그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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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 이른바 분만개시설 또는 진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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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준이 확인된 사건은 임신 32주 된 태아가 자궁 안에서 사망한 의료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산모에게 분만의 개시를 알리는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태아가 아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객체인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도383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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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출생 자체가 아니라 출생이 시작되는 순간을 택한 것인데, 형벌의 경계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 아래에서는 처벌 범위를 넓히는 방향의 유추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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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판결의 더 중요한 대목 - 태아의 사망은 산모의 상해가 아니다

그렇다면 태아를 사망하게 한 행위를 산모에 대한 상해로 구성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실제로 그 사건에서도 그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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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거나, 태아의 사망으로 태아를 양육하고 출산하는 임산부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되어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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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시의 실무적 무게는 상당하다. 태아는 아직 사람이 아니어서 태아를 객체로 하는 죄가 성립하지 않고, 그 사망을 산모의 상해로 옮겨 담을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태아의 사망 그 자체를 처벌 근거로 삼기 어려운 구조가 남는다. 물론 산모가 별도로 입은 상해가 있다면 그 부분은 그대로 문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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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이 보는 시점 - 출생, 그러나 예외를 둔다

민법의 출발점은 형법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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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권리능력은 출생한 때부터 생긴다. 그러므로 태아에게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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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법은 이 원칙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국면마다 개별 조문으로 구멍을 뚫었다. 손해배상청구권(제762조), 상속순위(제1000조 제3항), 인지(제858조), 유증(제1064조)이 대표적이다. 이 조문들은 그 국면에 한하여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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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이 형법과 정반대라는 점이 눈에 띈다. 형법은 하나의 시점을 그어 놓고 그 전후로 나누었고, 민법은 시점을 그대로 둔 채 보호가 필요한 자리마다 예외를 만들었다. 형법이 지키려는 것은 처벌 경계의 명확성이고, 민법이 지키려는 것은 태어날 아이가 손해를 입거나 상속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키려는 것이 다르니 기준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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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외에도 조건이 붙는다 - 살아서 태어나야 한다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는 문장을 읽으면 태아인 동안에도 권리가 있는 것처럼 읽힌다. 판례의 해석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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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태아가 특정한 권리에 관하여 이미 태어난 것으로 본다는 것은, 살아서 출생한 때에 그 출생 시기가 문제된 사건의 시점까지 소급해서 그때에 태아가 출생한 것과 같이 법률상 보아 준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모체와 함께 사망하여 출생의 기회를 갖지 못한 이상 배상청구권을 논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76. 9. 14. 선고 76다136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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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지조건설이다. 태아인 동안에는 권리능력이 없고, 살아서 태어나면 그 효과가 과거로 소급한다. 사산이면 소급할 출생 자체가 없으므로 태아 본인의 권리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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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배상은 누가 받는가

여기까지 오면 실제 사건의 답이 나온다. 사산인지 아닌지가 결론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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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가 사산된 경우, 태아 본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앞의 정지조건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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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모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별개로 인정된다. 이것은 태아가 가진 권리를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기 자녀를 잃은 데 대해 갖는 고유한 권리이므로, 태아의 권리능력과 무관하게 성립한다. 실무에서 위자료 액수는 임신 주수와 사고의 경위에 따라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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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태아가 피해를 입은 상태로 살아서 태어난 경우에는 결론이 달라진다. 출생으로 권리능력이 생기고, 민법 제762조에 따라 그 효과가 사고 시점으로 소급한다. 태어난 아이 본인이 자기 이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태아 상태에서 입은 손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건에서 아이 본인의 청구가 성립하는 것이 이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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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고인데 아이가 숨을 쉬고 태어났는지 여부로 청구권자와 청구 범위가 통째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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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를 별도로 보호하던 규정은 어떻게 되었나

형법에는 태아를 사람과 별개의 보호객체로 삼은 규정도 있었다. 낙태에 관한 조항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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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19년 이 조항들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치도록 시한을 정했다(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 그러나 시한까지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었고, 이후 지금까지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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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사회적 논쟁이 큰 영역이므로 여기서는 태아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사실관계까지만 적어 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태아를 어느 국면에서 어떻게 보호할지는 여전히 정리되는 중이고, 그래서 법마다 답이 다른 현재의 모습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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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어느 법으로 접근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형법에서 태아는 규칙적인 진통으로 분만이 개시되어야 사람이 되고, 그전까지는 그 사망을 산모의 상해로 옮겨 담을 수도 없다. 민법에서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지만 손해배상과 상속 등 개별 국면에서 보호받고, 그 보호는 살아서 태어날 것을 조건으로 소급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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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임산부가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따져야 할 것이 여럿이다. 사고 당시 분만이 개시된 상태였는지, 태아가 살아서 태어났는지 사산이었는지, 산모 자신에게 별도의 상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청구하려는 것이 아이 본인의 손해인지 부모 자신의 정신적 고통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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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가지에 따라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각각 달라진다. 같은 사고를 두고도 형사에서는 처벌이 어렵고 민사에서는 배상이 인정되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그러므로 이런 사건은 무엇을 주장할지보다 어느 법으로 접근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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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8. 20.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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