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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 국가배상의 요건과 소멸시효, 그리고 예외가 인정된 사건들

Posted on 8월 19, 202610월 9, 2026 by 부석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 국가배상의 요건과 소멸시효, 그리고 예외가 인정된 사건들
부석준 변호사2026. 8. 19.네이버 블로그 원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 국가배상의 요건과 소멸시효, 그리고 예외가 인정된 사건들

공무원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가에 배상을 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고 계신다.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국가가 잘못했느냐보다 지금 청구할 수 있는 상태냐인 경우가 훨씬 많다. 국가배상 사건의 절반은 소멸시효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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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에서는 국가배상이 무엇이고 어떤 근거로 누구를 상대로 청구하는지를 정리하고, 뒤에서는 소멸시효의 원칙과 그 원칙이 깨진 사건들을 본다. 수십 년이 지나 판결이 뒤집힌 사건에서 배상이 인정되는 이유가 뒷부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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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의 근거 - 헌법이 정한 권리다

국가배상청구권은 법률이 시혜적으로 준 권리가 아니라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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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9조 ①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국가배상법이다. 국가배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사람의 잘못을 묻는 길과 시설의 하자를 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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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길 -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

국가배상법 제2조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요건을 풀어 보면 다섯이다. 공무원이거나 공무를 위탁받은 사람의 행위일 것, 그 행위가 직무를 집행하면서 이루어졌을 것,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것, 법령을 위반했을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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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실무상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이 고의·과실과 법령 위반이다.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곧바로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에서는 판단이 뒤에 틀린 것으로 드러났더라도 그 당시 기준에서 객관적 정당성을 잃지 않았다면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배상이 생각보다 어려운 첫 번째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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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에는 이중배상금지가 붙어 있다. 군인이나 경찰 등이 전투나 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이나 유족연금, 상이연금 등을 받을 수 있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보상과 배상 중 하나만 받으라는 취지인데, 실제 사건에서는 이 단서 하나로 청구가 막히는 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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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길 - 영조물의 설치·관리 하자

사람의 잘못을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다. 도로의 포트홀, 관리되지 않은 하천 시설, 무너진 공공시설 같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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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법 제5조는 도로나 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을 설치하거나 관리하는 데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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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의 결정적인 특징은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특정하지 못해도, 그 시설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책임이 성립한다. 제2조로 가면 막히는 사건이 제5조로 열리는 경우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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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다. 헌법 제29조 제1항 후문이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하는 문제도 남아 있지만, 그 조건은 별도의 주제라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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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 국가를 상대로 할 때 오히려 더 짧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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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청구권에는 두 개의 기간이 걸린다. 하나는 주관적 기산점으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다(민법 제766조 제1항). 다른 하나는 객관적 기산점으로,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5년이다(국가재정법 제9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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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간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불법행위의 장기 소멸시효는 10년인데, 상대가 국가일 때는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정한 국가재정법이 적용되어 절반으로 줄어든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쪽이 시간이 더 넉넉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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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는 막힌다. 사건 자체는 명백한데 시효 하나로 문이 닫히는 상황이 국가배상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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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깨진 자리 - 예외를 인정한 사건들

그런데 이 원칙이 통째로 깨진 영역이 있다. 손해가 발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사건에서 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예외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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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과거사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66조 제1항과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 이 결정으로 해당 유형의 사건에는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 사건이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그 사실만으로는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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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십 년 뒤에 재심으로 판결이 뒤집힌 사건이다. 위법하게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아 유죄판결에 이르게 한 사건들이 여기 해당한다.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어부들이 간첩으로 조작되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판례는 이런 경우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때에 비로소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고 본다. 유죄판결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실상 다툴 수 없었던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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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무죄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시효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수십 년을 기다린 사건일수록 무죄 확정 이후의 시간 관리가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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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긴급조치 사건이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에서 적용과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을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개별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하나하나 따지는 대신 국가작용 전체를 놓고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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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5·18 관련 사건이다. 옛 보상법은 보상금을 받고 동의하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었고, 이 조항 때문에 보상을 받은 사람은 더 이상 다툴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그 보상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화해 간주 조항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1. 5. 27. 선고 2019헌가17 결정). 닫혀 있던 위자료 청구의 길이 이 결정으로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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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지금 청구할 수 있는가이다

네 가지 예외를 늘어놓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피해자가 그동안 다툴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그 사정이 해소된 시점을 새로운 출발선으로 잡아 준다는 것이다. 시효 제도가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나온 것이고, 애초에 깨어 있을 수 없었던 사람에게까지 그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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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가배상 사건에서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국가가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청구할 수 있는 상태인지다. 살펴야 할 것은 넷이다. 손해와 가해자를 언제 알았다고 볼 것인지, 재심 무죄나 진실규명 결정처럼 기산점을 새로 만드는 사건이 중간에 있었는지, 과거사정리법상 유형에 해당해 객관적 기산점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인지, 그리고 이미 받은 보상금이 있다면 그 보상이 어디까지를 덮고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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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건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최근 사건이라고 해서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국가배상은 시계를 먼저 보아야 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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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8. 19.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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