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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받은 만큼 위자료로 받을 수 있을까 — 전보배상 원칙과 소송 실익 계산 가이드

Posted on 7월 27, 202610월 9, 2026 by 부석준
스트레스받은 만큼 위자료로 받을 수 있을까 — 전보배상 원칙과 소송 실익 계산 가이드
부석준 변호사2026. 7. 27.네이버 블로그 원문
스트레스받은 만큼 위자료로 받을 수 있을까 — 전보배상 원칙과 소송 실익 계산 가이드

누군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고, 전화와 대면으로 다투고, 내용증명이 오가고, 상담을 거쳐 결국 소송까지 오게 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이 있다. "내가 이 일로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인데, 위자료로 500만원, 1,000만원은 받겠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면증이나 불안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아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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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그 기대는 대부분 실현되지 않는다. 우리 법원은 위자료 산정에 매우 신중하고, 특히 누수·공사 하자·물건의 하자 같은 재산 분쟁에서는 위자료가 아예 인정되지 않거나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이 유독 야박해서가 아니라, 우리 손해배상 제도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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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 설계의 뼈대인 전보배상 원칙과 특별손해 법리를 설명하고, 위자료가 실무에서 실제로 어느 수준에서 움직이는지, 그리고 소액 민사분쟁에서 소송의 실익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를 한자리에 모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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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배상 원칙 — 손해를 메우는 제도이지, 벌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은 실제로 발생한 손해를 금전으로 메워 주는 것, 곧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전보배상의 원칙이라 부른다. 가해자가 아무리 괘씸해도, 발생한 손해보다 큰 금액을 벌로서 물리는 제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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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우리 제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널리 인정하는 미국과 다르다. 우리 법에서도 하도급법·제조물책임법·중대재해처벌법 등 일부 특별법이 손해액의 몇 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는 배액배상 제도를 예외적으로 두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개별 법률이 정한 좁은 영역에 한정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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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범위의 기본 틀은 민법 제393조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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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이 조항은 민법 제763조를 통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준용된다. 배상의 기본 범위는 통상의 손해, 곧 그 유형의 사건이라면 으레 발생하는 범위의 손해까지이고, 그것을 넘는 특별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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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송에서 법원이 묻는 것은 얼마나 괴로웠는가가 아니라, 그 고통이 배상되어야 할 손해로 얼마나 환산되는가이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와, 그것이 금전배상의 대상이 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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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의 실제 수준 — 중대한 사건에서도 기대보다 낮다

물론 정신적 고통도 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 민법이 비재산적 손해의 배상, 곧 위자료의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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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액수다. 가늠자가 될 만한 예를 들면, 배우자의 부정행위 사건에서 상간 상대방에게 인정되는 위자료는 실무상 대체로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선에서 움직이고, 이것도 위자료 중에서는 관대하게 책정되는 편에 속한다.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위자료는 대체로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에서 출발한다. 어느 쪽이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대체의 수준이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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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부정행위로 가정이 흔들리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 이런 중대한 사건들의 위자료가 이 정도다. 그렇다면 누수 분쟁, 인테리어 공사 분쟁, 신차의 하자처럼 겪는 사람에게는 인생에서 손꼽히는 스트레스일 수 있는 재산 분쟁에서, 위자료가 어느 수준일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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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침해 분쟁 — 위자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

누수, 공사 하자, 물건의 하자 같은 분쟁은 법적으로 재산권 침해의 문제다. 그리고 이 영역의 위자료 청구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와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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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이로 인한 통상적인 손해는 재산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일반적으로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할 것이고,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위자료로서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 그러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이므로 특별사정의 존재와 함께 가해자가 그러한 특별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37710 판결)

풀어 보면 이렇다. 수리비나 교환가치 하락분 같은 재산적 손해를 배상받으면, 정신적 고통도 그것으로 회복된 것으로 본다. 그것으로도 회복되지 않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위자료의 대상이 되지만, 그런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여서, 그 사정의 존재를 입증하고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이중의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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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실무에서 재산 분쟁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되거나, 인정되더라도 수십만원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래에는 반복된 누수로 장기간 정상적인 주거생활을 하지 못한 사정 등을 특별한 사정으로 보아 위자료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들도 나오고 있으나, 위 대법원 법리가 유지되는 한 분쟁 과정에서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자체를 배상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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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단서 — 의미는 있지만, 액수를 바꾸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진단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분쟁으로 불면과 불안에 시달리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를 준비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진단서가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정신적 고통이 실재했다는 점과 그 정도를 뒷받침하는 입증자료로서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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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대는 정확해야 한다. 진단서는 고통의 증거가 될 수는 있어도, 그 고통을 곧바로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로 바꾸어 주지는 못한다. 재산 분쟁이라면 앞서 본 특별손해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것은 진단서가 있어도 마찬가지이고, 관문을 넘은 경우에도 액수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정한다. 진단서 한 장으로 위자료가 몇 백만원 단위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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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쟁점이 얽힌 사건 — 합의가 사실상의 회복 통로가 되는 이유

그렇다면 실무에서 정신적 피해는 어디에서 회복되는가. 역설적이지만, 민사 위자료 판결보다는 형사 절차의 합의 과정이 사실상의 통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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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폭행·모욕처럼 형사 문제가 함께 얽힌 사건에서는, 고소가 접수되면 상대방으로서는 처벌 위험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절실해진다. 피해 회복은 양형에 반영되는 사정이므로, 그 합의금에는 재산 피해의 변제를 넘어 위자료 성격의 금액이 얹히는 것이 보통이다. 형사사법이 예정하고 있는 정당한 피해 회복의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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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말하면, 형사 쟁점이 전혀 없는 순수 민사 분쟁에서는 이 통로가 없다. 남는 것은 민사판결뿐이고, 민사판결이 줄 수 있는 것은 앞서 본 전보배상의 범위를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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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민사소송의 실익 계산 — 전부 이겨야 겨우 본전이다

그래서 순수 민사 분쟁, 특히 소액 사건일수록 소송 전의 계산이 냉정해야 한다. 전부 승소했을 때 손에 쥐는 것을 따져 보면, 청구금액, 소송비용 중 일부의 회수, 그리고 지연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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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자는 소송의 몇 안 되는 금전적 이점이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서는 소장 부본이 상대방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이 적용되는데, 그 이율은 2019. 6. 1.부터 연 12%다. 판결까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이자가 쌓이므로, 이유 없이 버티는 상대방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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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머지 항목은 기대보다 박하다.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보수는 법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일부만 소송비용으로 회수되고, 전액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소송을 준비하고 수행하며 겪는 시간과 노력, 정신적 고통은 — 이 글에서 본 그대로 — 배상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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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분쟁에서 소송을 저울에 올릴 때는 적어도 다섯 가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첫째, 청구금액과 승소 가능성이다.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인용될 가능성까지 넣어 본다. 둘째, 변호사 보수 중 소송비용으로 회수할 수 있는 범위다. 셋째, 상대방의 자력이다. 이기고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판결문은 종이에 그친다. 넷째, 시간과 정신적 비용이다. 계산서에 넣을 수 없지만 반드시 치르게 되는 비용이다. 다섯째, 형사 쟁점의 유무다. 있다면 그 경로가 실질적인 회복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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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산해서 다툴 가치가 있을 만큼의 회복이 기대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소액소송에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 반대로 계산이 서는 사건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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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포기가 아니라, 정확한 기대치의 문제다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 손해배상 제도는 실손해의 전보를 원칙으로 하므로, 분쟁으로 받은 스트레스 그 자체는 배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위자료의 실무 수준은 통념보다 낮고, 재산권 침해 분쟁에서는 특별손해 법리라는 관문이 하나 더 있다. 정신과 진단서는 입증자료일 뿐 액수를 끌어올리는 장치가 아니며, 형사 쟁점이 없는 소액 분쟁이라면 전부 이겨야 겨우 본전이라는 각오로 실익을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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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송을 말리는 글이 아니다. 다툴 가치가 충분한 사건은 다투어야 하고, 소송이 아니면 지킬 수 없는 권리가 분명히 있다. 요지는 하나다. 소송으로 무엇을 받을 수 있고 무엇을 받을 수 없는지, 시작하기 전에 정확한 기대치를 갖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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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실무의 소회를 한 줄 적는다. 분쟁의 과정에서 당사자가 감내하는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언젠가 판례가 변경되어 그 고통이 지금보다 정당하게 평가받는 전환점이 오기를 바라지만, 그때까지는 현행 법리 위에서 냉정하게 계산하고 판단하는 것이 당사자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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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7. 27.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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