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애견카페는 조용하다. 손님이 빠진 자리에서 강아지들이 저희끼리 뛰어다니고, 보호자들은 테이블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본다. 사고는 그 평온한 20여 초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례는 CCTV 영상만 놓고 보면 오히려 저희 쪽 강아지가 먼저 덤벼든 것으로 읽힐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상대방의 책임이 70퍼센트로 인정되었고, 보호자 두 분에게 각각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목덜미의 흉터 하나였습니다.


판결문 중 발췌
사건의 배경
지난해 봄 늦은 밤이었습니다. 의뢰인 부부는 야외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견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 목줄 없이 지낼 수 있는 애견카페를 찾았습니다. 의뢰인의 반려견은 생후 8개월, 체중 5.4킬로그램의 소형견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체중 15킬로그램에서 20킬로그램에 이르는 성체 대형견이 있었습니다. 체중 차이가 세 배가 넘었습니다.
대형견이 의뢰인의 강아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곁에 있던 다른 강아지가 자리를 떠나 혼자 남게 되자, 대형견은 테이블 뒤로 돌아 천천히 거리를 좁혀 왔습니다. 그렇게 20여 초가 흘렀고, 뒤늦게 놀란 강아지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대형견이 목덜미를 물어 제압했습니다.
다른 보호자들이 떼어 놓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디까지 갔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의뢰인 부부는 그 장면을 눈앞에서 그대로 보았습니다.
영상만 보면, 먼저 덤빈 쪽은 저희였습니다
사건을 맡고 CCTV를 돌려 보았을 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물린 것은 저희 쪽 강아지인데, 화면상 몸을 먼저 크게 움직인 것도 저희 쪽 강아지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은 정확히 그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영상 16초 무렵의 움직임을 근거로 저희 강아지가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의뢰인들의 과실이 최소 70퍼센트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교통비 산정 기준이 부당하고, 치료비도 반려견의 교환가치 범위 안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다투었습니다.
정면으로 부딪히면 인상 싸움이 될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을 인상이 아니라 시간으로 바꾸어 놓기로 했습니다.
20여 초를 초 단위로 쪼개는 일
저는 CCTV를 초 단위로 분해해 누가 무엇을 했는지 순서대로 세웠습니다.
먼저 대형견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습니다. 그 뒤 곁의 다른 강아지가 떠나고 저희 강아지가 혼자 남자, 대형견이 테이블 뒤로 몸을 숨기며 방향을 잡고 접근을 시작한 시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20여 초 뒤, 저희 강아지가 몸을 일으킨 바로 그 순간 물림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표를 세우자 상대방이 근거로 삼은 16초 지점의 의미가 뒤집혔습니다. 그 움직임은 공격의 시작이 아니라, 이미 20초 넘게 자신을 주시하며 다가온 세 배 무거운 상대를 앞에 둔 작은 개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도망가거나 몸을 피하려는 작은 동물의 반응을 선제공격이라고 부르는 것은 말의 남용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시간표에서 상대방의 부작위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대형견이 접근을 시작해 실제로 물기까지 20여 초 동안, 상대방은 자신의 개를 부르거나 제지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개에게는 목줄도 없었습니다.
해결방법 - 대형견을 데리고 있는 사람의 책임
법리의 축은 민법 제759조 제1항에 두었습니다.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다만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면합니다.
여기서 저는 단서에 주목했습니다. 법이 면책의 기준을 그냥 상당한 주의가 아니라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른 상당한 주의라고 정해 두었다는 것은, 어떤 개를 데리고 있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주의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대형견의 보호자가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소형견의 그것과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다릅니다.
저는 이 논지를 뒷받침하는 하급심 판결들을 모았습니다. 법률상 맹견이 아니더라도 보호자가 자기 개의 습성을 파악해 다른 개나 사람과 가까워질 때 목줄을 짧게 잡는 등으로 제지할 의무가 있다고 본 판결, 면책사유의 증명책임이 동물 점유자에게 있다고 본 판결들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며 인용한 판결도 되돌려 놓았습니다. 그 사건은 새끼를 낳아 예민해진 어미 개가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개집 근처로 다가간 사안이었습니다. 위험을 알고도 자발적으로 접근한 것이 과실의 근거였는데, 이 사건에는 그런 요소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판결에서도 피해자 과실은 35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숫자로 다투어야 했던 부분들
치료비를 반려견의 교환가치 안으로 제한하자는 항변에는 정면으로 응했습니다. 저는 분양계약서와 분양비 이체내역을 확보해 이 강아지의 분양비가 450만 원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청구한 치료비는 86만 원대였으니, 상대방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제한받을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상대의 항변을 반박하는 대신 그 항변 안에서 결론을 뒤집는 편이 확실하다고 보았습니다.
교통비는 자동차등록증으로 의뢰인이 실제 보유하고 운행하는 차량임을 밝혔습니다. 야간에 급히 동물병원을 오간 총 236킬로미터에 대해 유류비만 계산한 금액이었고, 같은 거리를 택시로 움직였다면 청구액의 몇 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고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의 사진을 새로 증거로 냈습니다. 털이 풍부한 견종인데도 물린 목덜미만 분홍색 속살이 비치도록 털이 자라지 않고 있었습니다. 상처가 아물었다는 말로 정리될 수 없는, 몸에 남은 영구적인 변형이었습니다.
위자료는 원래 잘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위자료였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법률이야기에서 우리 법원이 위자료를 얼마나 인색하게 인정하는지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재산상 손해가 회복되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고, 위자료는 그것으로 메워지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붙습니다. 반려동물 사건에서는 문턱이 더 높습니다. 법률상 반려동물은 물건이고, 물건이 파손되었다고 위자료를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망 사건에서조차 다투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두 갈래로 주장했습니다. 하나는 반려동물이 법률상 물건으로 취급되더라도 보호자와 정신적 유대를 나누는 생명체이고 그 상해는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 회복되지 않는 고통을 남긴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법원이 반려견 사고에서 보호자의 위자료를 인정해 온 사례들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를 위해서는 사건 밖의 사정까지 적어야 했습니다. 의뢰인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고 이 강아지가 자식과 같은 존재라는 것, 늦은 밤 뛰어놀고 싶어 하는 강아지를 위해 먼 길을 찾아갔다가 생후 8개월 된 그 아이가 목덜미를 물린 채 제압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자료를 받으려면 고통이 왜 특별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제 판단이었습니다.
법원의 결정
법원은 상대방의 책임을 70퍼센트로 보았습니다.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을 물지 않도록 관리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의뢰인들에게도 30퍼센트의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대형견이 다가오자 저희 쪽 강아지가 먼저 덤벼든 점, 그리고 목줄 없는 애견카페에 들어간 이상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 이유였습니다. 이 부분까지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치료비 86만 원대와 교통비 5만 원 상당이 모두 손해로 인정되었고, 여기에 책임비율을 적용한 금액이 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사고의 경위와 상해의 부위 및 정도 등을 참작해, 보호자 두 분에게 각각 100만 원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의뢰인 각자에게 131만 원대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청구한 금액을 전부 받은 것은 아닙니다. 소송비용도 45퍼센트는 의뢰인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결과를 크게 봅니다. 반려견이 사망하지 않은 사건에서, 그것도 영상만 보면 저희 쪽이 먼저 움직인 것으로 읽힐 수 있었던 사건에서, 재산상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세 배가 넘는 위자료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목덜미의 그 흉터는 앞으로도 털이 자라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으로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반려견 사고는 영상이나 목격자가 있어도 누가 먼저였는지가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위자료는 원래 잘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관리 소홀이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시간 순서로 세우고, 피해가 왜 특별한지를 구체적으로 쌓아 올리면 결론이 달라지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안 되는 일이라고 접기에는 아까운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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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8. 16.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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