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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의 위약금 조항, 손해배상액의 예정인가 위약벌인가 - 소송에서 입증 부담이 갈리는 지점

Posted on 8월 6, 202610월 9, 2026 by 부석준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 손해배상액의 예정인가 위약벌인가 - 소송에서 입증 부담이 갈리는 지점
부석준 변호사2026. 8. 6.네이버 블로그 원문
계약서의 위약금 조항, 손해배상액의 예정인가 위약벌인가 - 소송에서 입증 부담이 갈리는 지점

계약서에 손해배상 조항을 넣어 두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차이를 만드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소송에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통째로 달라진다. 조항이 없으면 청구하는 쪽이 손해가 발생한 사실과 그 액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조항이 있으면 상대방이 계약을 어겼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실무에서 승패가 갈리는 자리는 대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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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계약 위반에 대비해 두는 위약금 조항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본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이다. 계약서 위에서는 한 줄 차이로 보이지만 소송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조항이 아예 없을 때 청구자가 감당하는 입증 부담에서 출발해, 두 조항이 그 부담을 어떻게 덜어 주는지, 위약벌이 청구하는 쪽에 유리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유리함의 대가로 어떤 위험을 떠안는지까지 차례로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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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조항이 없는 계약 - 청구하는 쪽이 모두 증명해야 한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조문은 짧지만 청구하는 쪽이 짊어질 짐이 그 안에 다 들어 있다. 계약서에 손해배상에 관한 별도 약정이 없으면 배상을 구하는 쪽이 ①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 ②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③ 그 손해가 얼마인지 ④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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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범위도 열려 있지 않다. 민법 제393조는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하도록 정한다. 특별손해까지 구하려면 손해액에 더해 상대방의 예견가능성까지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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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옮기면 네 가지뿐이지만 실제 사건에서 이것을 다 갖추는 일은 만만치 않다. 특히 ②와 ③은 성질이 다른 문제인데,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알고 소송을 시작했다가 곤란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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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가 있다는 것과 얼마인지는 다른 문제 - 손해액 입증의 벽

계약이 깨졌다는 사실 자체는 다툼이 적은 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거래가 무산되어 손해를 입은 것은 분명한데, 그 손해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법정에서 숫자로 세워 보이는 일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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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계약이 중도에 파기되어 다른 업체를 급히 구했다면 추가로 든 비용은 계산이 된다. 그러나 그사이 생산이 멈춰 잃은 기회, 거래처의 신뢰가 흔들리며 줄어든 후속 주문 같은 것은 숫자로 만들기 어렵다. 증명하지 못한 부분은 판결에서 그대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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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극을 메우려고 마련된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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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손해배상 액수의 산정)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은 조문의 첫머리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가 전제다. 액수 산정이 어려운 사건을 구제하는 규정이지,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지 못한 사건까지 구제하는 규정이 아니다. 손해의 발생을 증명하지 못하면 청구는 기각된다. 손해의 발생과 손해액의 입증은 이렇게 층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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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된다 하더라도 법원이 인정하는 금액이 청구액에 이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손해액 입증의 부담을 덜어 주는 규정일 뿐, 원하는 금액을 인정해 주는 규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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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액의 예정 -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계약서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얼마를 배상한다는 조항을 넣어 두면 앞에서 본 부담이 대부분 사라진다.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5035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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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액은 물론이고 손해가 발생했는지조차 증명할 필요가 없다. 앞 섹션의 구조와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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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가가 있다. 예정액은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으로도 작동한다. 판례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 예정액에 포함되고, 실제 손해가 예정액을 넘더라도 초과 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고 본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여기에 제2항에 따라 법원이 감액할 수도 있다. 계약서에 적어 둔 숫자가 그대로 인정되리라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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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벌 - 감액되지 않고 실손해와 병존한다

위약벌은 손해를 메우려고 정하는 돈이 아니라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 약정하는 돈이다. 성격이 다르므로 효과도 다르다. 청구하는 입장에서 유리한 대목은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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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법원이 재량으로 깎을 수 없다. 대법원은 위약벌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다는 입장을 오래 유지해 왔고,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으로 이를 다시 확인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제398조 제2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을 인정한 것은 입법자의 결단이므로 위약벌에 같은 규정이 없다고 하여 법률의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판결은 위약벌 약정이 사적 자치에 따라 자율적으로 맺어진 것인 만큼 법원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것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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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실제 손해의 배상을 따로 구할 여지가 남는다. 위약벌은 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제재이므로 손해배상청구권과 나란히 설 수 있다. 예정액이 상한으로 작동하는 것과 정반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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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같다. 손해의 발생과 손해액 입증에서 벗어난다는 이 글의 핵심 이익은 두 조항이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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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청구하는 쪽에는 위약벌이 낫다. 실제로 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면 위약벌로 구성해 두는 편이 확실히 유리한 사안이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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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벌이라고 써 두면 위약벌이 되는가 - 추정과 무효의 위험

가장 많이 오해하는 대목부터 짚는다.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적어 두었다고 해서 법원이 위약벌로 보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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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추정을 깨려면 위약벌로 볼 특별한 사정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계약 당시 사용한 명칭이나 문구뿐 아니라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위약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위약금액의 규모와 전체 채무액에 대한 비율,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 등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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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서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구조는 이렇다. 한 계약서 안에 손해배상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이 있어서, 위약금 조항까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면 이중배상이 되어 버리는 경우다. 반대로 위약금 조항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계약서라면 이름을 무엇으로 붙였든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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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위험이 더 무겁다. 위약벌은 감액되지 않는 대신 무효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의무의 강제로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된다고 본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민법 제103조가 그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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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를 청구하는 쪽에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과다하다고 판단되어도 적당한 선으로 감액되어 조항 자체는 살아남는다. 위약벌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조항이 전부 또는 일부 무효가 된다. 무효로 정리되는 순간 청구자는 이 글의 첫 섹션 자리로 되돌아간다. 손해의 발생과 손해액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감액되지 않는다는 장점의 뒷면에 이 위험이 붙어 있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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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 법원이 개입하는 기준

그렇다면 예정액은 얼마나 쉽게 깎이는가. 여기에도 오해가 있다. 손해가 없다거나 실제 손해가 예정액보다 적다는 사정만으로는 감액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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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제398조 제2항의 "부당히 과다한 경우"란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본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 예정액 자체가 크다거나 계약 체결부터 해제까지의 시간 간격이 짧다는 사정만으로는 감액하기에 부족하다는 점도 같은 판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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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없었더라도 채무자가 당연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채권자가 받을 수 있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감액하는 것은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감액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투자금 합계액의 2배인 10억원으로 정한 예정액을 투자원금 수준으로 깎은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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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 여부와 정도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약을 맺은 시점이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진 사정까지 포함해 재판이 끝나는 시점에서 본다는 뜻이다. 계약 당시에는 과하지 않던 금액이 이후 사정으로 과하게 평가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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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승부는 계약서를 쓰는 단계에서 갈린다

예정이라고 해서 쉽게 깎이는 것도 아니고, 위약벌이라고 해서 무조건 관철되는 것도 아니다. 두 조항에 대한 판단의 축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그 금액을 그대로 관철시키는 것이 공정한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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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조항의 이름을 무엇으로 붙일지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들이 있다. 이 계약에서 예상되는 손해가 애초에 숫자로 세우기 쉬운 종류인지, 아니면 입증이 사실상 어려운 종류인지. 위반이 생겼을 때 실손해가 약정액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지. 약정하려는 금액이 계약 규모와 담보하려는 의무의 무게에 비추어 설명 가능한 수준인지. 그리고 상대방과의 교섭력 차이가 나중에 공정성 판단에서 어떻게 읽힐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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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토는 분쟁이 터진 뒤에는 할 수 없다. 계약서에 이미 적힌 문구를 놓고 해석 싸움을 벌이는 일만 남는다. 계약 위반으로 다투는 사건을 여러 건 다뤄오면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늘 같다. 소송에서 이기는 조항은 소송이 시작되기 오래전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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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에서는 계약이 깨졌을 때의 또 다른 축인 계약 해제와 원상회복, 그리고 계약금 몰취 약정의 성질을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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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8. 6.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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