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잠깐 차를 뺐을 뿐인데." 음주운전 사건에서 드물지 않게 나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주운전 형사처벌은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서 운전면허 취소·정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의 음주운전은 그것만으로는 면허 취소·정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처벌은 되는데 면허는 남는다 — 이 어긋남은 조문의 구조에서 나온다. 음주운전의 결말은 어디서 몰았는지, 무엇을 몰았는지에 따라 갈리는데, 그 분기점이 조문 안쪽에 숨어 있어 실무자도 헷갈린다. 이 글은 겁을 주려는 글도, 안심시키려는 글도 아니다. 결과가 갈리는 분기점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글이다.
모든 분기는 괄호 하나에서 시작된다 —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도로교통법은 원칙적으로 '도로'에서의 운전을 규율한다. 그런데 '운전'을 정의하는 조문에 긴 괄호가 하나 들어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운전"이란 도로(제27조제6항제3호·제44조·제45조·제54조제1항·제148조·제148조의2 및 제156조제10호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을 말한다.
이 괄호가 이 글의 뼈대다. 괄호 안에 열거된 조문은 도로 밖에서도 적용되고, 괄호에 없는 조문은 도로에서만 작동한다. 괄호 안에는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금지(제44조)와 벌칙(제148조의2), 과로·약물 운전 금지(제45조), 사고 시 조치의무(제54조 제1항)와 사고후미조치 벌칙(제148조),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경우의 인적사항 미제공 벌칙(제156조 제10호)이 있다.
주차장 사건의 결론은 대부분 한 가지 질문으로 정리된다. 문제 된 조문이 괄호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음주운전 — 형사처벌과 면허취소는 따로 움직인다
음주운전 금지와 벌칙은 괄호 안에 있으므로, 지하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운전면허 취소·정지의 근거인 제93조는 괄호에 없다. 행정처분에서의 '운전'은 여전히 도로에서의 운전을 뜻하므로, 도로가 아닌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은 형사처벌은 받아도 그것만으로 면허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이 비대칭을 뒤집으면 두 문장이 된다. 면허가 살아 있다고 해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고,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면허가 반드시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주차장 음주운전은 괜찮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형사처벌과 사고 책임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따라온다.
무면허운전(제43조)도 괄호에 없다. 대법원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약 50m 구간을 면허 없이 운전한 사안에서, 그곳이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한 무면허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도17762 판결). 신호위반·속도위반 등 통상의 위반도 도로 밖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로'는 어디까지인가 — 명칭이 아니라 개방성이 기준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 라목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
기준은 소유관계나 명칭이 아니라 현실적 개방성이다. 사유지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으면 도로일 수 있다. 실제 판단에서는 출입구 차단기로 외부 차량이 통제되는지, 경비원이 실제로 통제하는지, 방문객이 자유롭게 드나드는지가 갈림길이 된다.
대법원도 출입 통제 장치나 관리인이 없고 외부 차량 통행에 제한이 없던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를 도로로 보았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6579 판결). 차단기가 설치만 되어 있고 사실상 열려 있다면 도로로 볼 여지가 커진다.
그래서 우리 단지가 도로인지는 사건이 벌어진 뒤 그 시점의 관리 실태를 따져 판정되는 문제이고, 같은 단지라도 시점과 구역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처벌은 도로 여부와 무관하므로, 도로 여부가 실제로 가르는 것은 면허의 운명이다.
자전거·전동킥보드 음주운전 — 형벌은 가볍지만 면허에는 무겁다
무엇을 몰았는지도 결과를 가른다.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음주운전은 제148조의2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음주측정거부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벌금 이상의 형 확정 후 10년 안에 다시 위반하면 가중처벌된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다르다. 법은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전동킥보드처럼 시속 25km 이상에서는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고 차체 중량 30kg 미만인 것)를 묶어 '자전거등'이라 부르는데, 자전거등의 음주운전은 제156조 제11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치고, 실무상 범칙금(자전거 3만원, 개인형 이동장치 10만원)으로 처리된다.
함정은 행정처분에 있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이 있어야 운전할 수 있는 차이므로, 음주운전을 하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정지·취소 대상이 된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이면 벌점 100점으로 면허정지, 0.08% 이상이면 면허취소다(제93조, 시행규칙 별표 28). 범칙금 10만원으로 끝나는 줄 알고 킥보드를 탔다가 자동차 면허를 잃는 구조다.
같은 조문으로 처벌되는 자전거는 면허 제도 자체가 없어 이 행정처분이 따라오지 않는다. 참고로 페달을 밟을 때만 전동기가 보조하는 전기자전거(PAS 방식)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아니라 자전거 쪽으로 취급되고, 전동기 동력만으로도 움직이는 방식은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할 수 있다.
사고까지 났다면 — 주차장이라는 사정은 방패가 되지 않는다
사고 국면에서는 괄호가 다시 등장한다. 구호조치와 인적사항 제공 의무를 정한 제54조 제1항이 괄호 안에 있으므로, 주차장 사고에서도 이 의무는 그대로 발생한다.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면 사고후미조치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148조). 주·정차된 차만 손괴하고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은 이른바 물피도주는 따로 제156조 제10호로 처벌되는데(2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이 역시 괄호 안에 있다. 사유지 주차장이니 그냥 가도 된다는 인식은 조문상 근거가 없다.
사람이 다친 도주라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이 문제 된다. 대법원은 이 죄의 교통사고를 도로에서의 사고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보아 교회 주차장 사안에도 적용을 인정했다(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600 판결). 사고 후 조치의무는 도로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음주였다는 사정 — 도로 여부와는 다른 층위의 분기점
도로 여부와 별개로 작동하는 분기점이 하나 더 있다. 음주였는가다. 음주운전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의 예외 사유,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들어가므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합의가 되어도 공소가 제기될 수 있다.
나아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면 위험운전치상죄(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가 성립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올라간다. 수치만으로 자동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별도로 따진다는 점에서 단순 음주운전죄와 요건이 다르다. 보험에서도 음주 사고는 운전자가 직접 부담하는 사고부담금이 크게 늘어난다.
정리 — 세 개의 저울은 따로 움직인다
이제 처음의 비대칭을 풀어 쓸 수 있다. ① 처벌되는가(형사), ② 면허가 남는가(행정), ③ 사고 처리가 어떻게 되는가. 이 셋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인다. 하나가 괜찮다고 나머지가 괜찮은 것이 아니다.
주차장이라 괜찮은 줄 알았다는 말은 형사처벌의 괄호를, 킥보드는 면허와 상관없는 줄 알았다는 말은 형벌과 행정처분의 분리를, 주차된 차라 사람도 안 다쳤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은 괄호 안의 물피도주 조문을 놓친 것이다.
음주운전에 관한 법은 훈계보다 구조로 이해할 때 정확해진다. 어디서 무엇을 몰았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지점, 즉 몰라서 손해 보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 — 이 글이 전하려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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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8. 2.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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