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소를 준비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있다. "혹시 불송치나 무죄가 나오면 내가 무고죄로 처벌받는 것 아닌가. 100% 확신이 없으면 고소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반대편도 있다. 고소를 당했다가 불송치나 무죄로 끝난 쪽은 "이제 상대를 무고로 고소하겠다"며 벼르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모두 무고죄를 오해하고 있다. 고소 사건이 불송치·무혐의·무죄로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무고죄는 생각보다 훨씬 입증이 어렵고, 실제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구조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고소했다가 불송치나 무죄가 나온 것 자체가 무고죄의 요건이라면, 수십만 명의 무고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다. 형법은 그런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이 글은 무고죄가 실제로 성립하는 요건을 형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로 짚고, 고소를 망설이는 쪽과 무고로 반격하려는 쪽이 각각 무엇을 알아두어야 하는지 한자리에 정리한다.
무고죄란 무엇인가 — 세 가지 요건과 가볍지 않은 법정형
출발점은 형법 제156조다.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요건은 세 가지다. ① 타인에게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②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③ 허위의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국가의 수사·재판 기능을 흔들고 무고한 사람을 처벌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①의 '목적'이다. 무고죄는 허위 신고라는 행위 바깥에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라는 요건을 하나 더 두고 있는데, 형법학은 이를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라 부른다.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 증명해서는 부족하고, 행위자의 내심에 있는 목적까지 검사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뒤에서 보듯 판례가 이 '목적'을 좁게 읽지는 않으므로, 이 요건만 믿고 마음을 놓을 일은 아니다.
불송치·무혐의·무죄가 나온 경우 — '증거 부족'과 '허위 증명'은 전혀 다르다
이 글의 핵심 법리다. 대법원은 무고죄의 허위사실 요건에 관해 오래전부터 일관된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8. 2. 24. 선고 96도599 판결)
풀어 말하면 이렇다. 무고죄로 처벌하려면 "고소 내용이 진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고소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거짓"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같은 취지의 판시는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확립된 법리다.
그런데 불송치·무혐의·무죄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 결정과 판결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일 뿐이다. 불송치·무혐의·무죄는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뜻일 뿐, 고소 내용이 허위임이 증명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와 "고소가 거짓이었다" 사이에는 넓은 간격이 있고, 무고죄는 그 간격을 검사가 증거로 메워야만 성립한다. "무죄가 나왔으니 상대는 자동으로 무고"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신이 없으면 고소하면 안 될까 — '몰라서 한 고소'가 전부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고소하는 쪽은 어디까지 안전한가.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더 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유죄인 것 같으니 일단 고소해 보자" 정도면 무고가 될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판례는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
대법원은 무고죄의 범의가 반드시 확정적 고의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허위라고 확신한 사실을 신고한 경우뿐 아니라,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무고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3413 판결).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 역시 허위 신고로 상대방이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나아가 같은 판결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신고사실이 허위이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그 인식을 무시한 채 무조건 자기 주장이 옳다고 밀어붙이는 경우에도 고의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무고죄 처벌이 드문 것은 요건이 느슨하기 때문이 아니다. 요건이 느슨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허위성에 대한 증명의 벽이 높아서 성립이 드문 것이다. 자신이 아는 사실에 비추어 거짓일 수 있음을 알면서 밀어붙인 고소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무고죄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사실을 다소 부풀린 경우 — 핵심이 허위인지, 정황의 과장인지
고소장을 쓰다 보면 감정이 실려 표현이 세지는 일이 흔하다. 그것만으로 곧장 무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신고 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부분이 섞여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기준은 신고 사실의 핵심·중요 부분이 허위인가이다. 없는 일을 만들어냈는가, 있는 일을 부풀렸는가가 갈림길이라는 뜻이다. 다만 어디까지가 정황의 과장이고 어디부터가 핵심의 허위인지는 사안마다 달리 판단되므로, 이 법리를 과장해도 된다는 허가증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무고죄가 인정되는 전형 — 마음속 목적이 바깥에 증거로 남았을 때
그렇다면 실제로 유죄가 나오는 무고 사건은 어떤 모습인가. 실무에서 보는 전형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수사기관에 낸 증거를 직접 조작·위조한 경우다. 메시지 내역을 편집하거나 문서를 만들어 붙이는 순간,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점이 그 조작 행위 자체로 드러난다.
둘째, 죄가 되지 않는 일임을 알면서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했다는 사정이 본인의 흔적으로 남은 경우다. "사실 그런 일은 없었는데 혼 좀 나라고 고소했다"는 취지의 녹음,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두 갈래의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무고죄는 행위자의 내심까지 증명해야 하는 구조여서, 마음속 목적을 보여주는 외부 증거가 잡혔을 때 비로소 유죄에 이른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증거 없이 "고소가 무죄로 끝났다"는 결과만 들고 가서는 무고죄 고소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무고 혐의를 받게 됐다면 — 재판 확정 전 자백·자수는 형을 반드시 감경·면제한다
반대로 무고 혐의에 몰린 사람이 알아둘 조문도 있다. 형법은 무고죄에 자백·자수 특례를 두고 있다. 위증죄의 감면 규정(제153조)을 제157조가 무고죄에 준용하는 구조다.
형법 제153조(자백, 자수) 전조의 죄를 범한 자가 그 공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 형법 제157조(자백, 자수) 제153조는 전조에 준용한다.
무고한 사람이 신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법원은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여야 한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임의적 감경이 아니라 필요적 감면이다. 판례는 피무고자가 불기소되어 재판 절차가 아예 열리지 않은 경우도 여기의 '재판 확정 전'에 포함된다고 보아, 되돌릴 수 있는 문을 넓게 열어두고 있다.
허위 고소로 상대방이 실제 처벌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바로잡을 출구를 마련해 둔 것으로, 무고 사건 실무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조문이다.
고소하려는 쪽과 되갚으려는 쪽 — 각자 챙겨야 할 실무 포인트
고소를 준비하는 쪽에 필요한 것은 100%의 확신이 아니라 정직한 서술이다. 자신이 아는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적고, 직접 겪은 사실과 추측·평가를 문장에서 분리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와 "이런 사정으로 의심된다"를 구별해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근거 자료를 함께 갖추고, 감정적 표현으로 사실을 부풀리지 않으면 된다. 근거 있는 고소라면 무죄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무고가 되지 않는다. 고소를 말릴 이유도, 겁낼 이유도 아닌 것이다.
무고로 반격하려는 쪽은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 불송치 결정문이나 무죄 판결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본 대로 그 서류들은 증거 부족을 말할 뿐 허위를 증명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별도의 증거, 곧 조작 정황이나 녹음·메시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실익 있는 고소가 된다.
정말로 결백한 사람일수록 "왜 무고로 되갚을 수 없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 마련이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무고죄의 문턱이 높은 것은 거꾸로 정당한 고소인을 보호하는 방패이기도 하다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한다.
정리 — 고소는 권리, 무고는 그 권리를 악용했을 때의 죄다
무고죄는 형사처분·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해야 성립하고, 그 허위성은 검사가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불송치·무혐의·무죄라는 결과는 그 증명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반대로 확신 없는 사실을 거짓일 수 있음을 알면서 밀어붙인 신고는 미필적 고의로 무고가 될 수 있다.
결국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고소는 권리이고, 무고죄는 그 권리를 악용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아는 대로 정직하게 쓴 고소장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무고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없는 일을 만들어 쓴 고소장은 언젠가 그 흔적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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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8. 1.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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