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한 편을 토렌트로 내려받았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로 출석해 달라는 연락이 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인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지급하면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제안이 따라붙는다.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접하는 정형화된 사건 유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인터넷에서 저작물을 내려받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통상의 인식보다 훨씬 적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받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함께 이루어지는 '올리기', 법률용어로 전송이다. 그리고 전송은 고의가 증명되어야 범죄가 되므로, 사안에 따라서는 다툴 길이 있다.
이 글은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저작권 고소와 합의금 요구가 어떤 법적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지, 그 앞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저울질해야 하는지를 한자리에 모아 정리한다.
내려받기와 올리기는 법적으로 다르다 — 복제, 그리고 '전송'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이용행위의 유형별로 처벌한다. 파일을 내려받아 내 저장장치에 저장하는 행위는 이 가운데 복제에 해당한다. 반대로 파일을 인터넷에 올려 다른 사람이 받아 갈 수 있는 상태에 두는 행위는 공중송신, 그중에서도 전송의 문제다.
저작권법 제2조 제10호 "전송(傳送)"은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송신을 포함한다.
흔히 이런 행위를 '배포'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대법원은 저작권법상 배포란 저작물의 원본 또는 그 복제물을 유형물의 형태로 일반 공중에게 양도·대여하는 것을 말하므로,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다른 P2P 이용자들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공유폴더에 담아 둔 행위는 배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5도872 판결). 온라인에서 파일을 올려 두는 행위는 배포가 아니라 전송으로 다루어진다.
이 구별이 왜 중요한가. 내려받은 것이 문제인지, 올린 것이 문제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와 다툴 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받기만 했는데 왜 고소당하는가 — 토렌트는 받는 동시에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영화를 내려받았다가 고소당했다"는 사건의 대부분은 토렌트 등 P2P 방식을 이용한 경우다. 우연이 아니다.
토렌트는 하나의 파일을 잘게 쪼갠 조각을 여러 이용자에게서 나눠 받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내려받는 동시에, 자신이 확보한 조각을 다른 이용자에게 올려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이른바 시딩). 이용자가 별도의 업로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내려받는 행위 안에 올려 주는 행위가 프로그램 구조상 함께 들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토렌트 이용자는 의도했든 아니든 저작물을 다른 사람의 이용에 제공하는 상태에 놓이고, 바로 이 부분이 전송, 곧 공중송신권 침해로 포섭된다. 고소장에 적히는 혐의도 대개 내려받은 행위가 아니라 이 전송 부분이다.
합의금 요구는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가 — 친고죄라는 지렛대
이 구조를 업(業)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있다. 저작권자가 침해 신고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업무를 맡기면, 그 업체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토렌트 파일을 유포한다. 허락을 받았으므로 그들의 업로드 자체는 침해가 아니다. 그리고 이를 받아 가는 이용자들의 IP를 수집해 무더기로 고소하고, 수사 과정에서 합의금을 제시한다.
이 방식이 성립하는 법적 기반은 두 가지다. 하나는 법정형이 가볍지 않다는 것.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저작권법 위반죄가 원칙적으로 친고죄라는 것이다. 저작권법 제140조 본문에 따라 이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고소가 취소되면 사건은 그대로 끝난다. 처벌 여부를 좌우하는 열쇠를 고소인이 쥐고 있는 셈이므로, 합의금을 목적으로 협상하기에 대단히 적합한 죄목이 된다. 법정형을 접하고 겁이 난 피의자가 요구받은 금액을 그대로 지급하고 고소취소 합의서를 받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다.
예외도 있다. 같은 조 단서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 판매 목적의 대량 업로드처럼 침해를 업으로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고, 한두 편을 내려받은 단순 이용자는 대개 친고죄의 영역에 남는다.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하고, 침해에 대한 고소는 권리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그러나 처벌 구조 자체를 합의금 수취의 수단으로 삼는 활동이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이 분야의 현실이다.
고소가 취소되면 사건은 어떻게 끝나는가 — 종결의 방식과 시한
고소 취소의 효과는 절차 단계에 따라 다르다. 수사 단계에서 고소가 취소되면 사건은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된다(경찰 단계에서는 불송치 결정, 검찰 단계에서는 불기소처분). 이미 기소된 뒤라도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가 취소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한다.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절차를 닫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한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① 고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②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
제1심 판결이 선고된 뒤에는 고소를 취소해도 처벌을 막을 수 없다. 합의로 사건을 끝내려면 그 전에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합의금을 주면 고소를 취소해 준다"는 제안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작동하는 근거가 이 조문들에 있다.
전송의 고의를 다투는 길 — '몰랐다'는 말은 하소연이 아니라 법리다
그렇다면 합의에 응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송이 죄가 되려면 자신의 컴퓨터에서 업로드가 이루어져 다른 사람이 파일을 받아 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즉 전송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필요하고,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증명이 부족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이 법리가 실제로 작동한 재판례들이 있다. 토렌트로 소설 파일을 올려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수 이용자로부터 무작위로 파일 조각을 주고받는 토렌트의 특성상 캡처 자료만으로는 특정 파일의 업로드 여부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어 항소심을 거쳐 확정된 사례가 있고(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5. 8. 12. 선고 2015고정11 판결, 항소심 창원지방법원 2015. 12. 17. 선고 2015노1982 판결), 파일의 98%만 내려받아진 사안에서 복제·전송의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예도 있다(대구지방법원 2016. 7. 6. 선고 2015고정858 판결).
나아가 최근에도 내려받는 동시에 자동으로 업로드되는 프로그램 구조를 이용자가 알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의를 부정한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지된 하급심 사례가 있다. 화면에 업로드 진행 표시가 있었더라도 처음 쓰는 이용자가 그 의미까지 알 수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물론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여러 해에 걸쳐 토렌트를 사용해 온 경험이 있고, 완성된 파일을 보유한 채 특정 저작물을 반복적으로 전송한 사정이 확인된 사안에서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었다. 결국 사용 기간, 이용 횟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실제 전송된 내역 같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누구나 다투면 무죄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토렌트를 썼으면 무조건 유죄라는 전제 역시 법원이 취하고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내려받은 부분은 어떻게 되는가 — 사적 복제의 면책 여지와 한계
전송과 별개로, 내려받은 행위 자체는 복제에 해당한다. 다만 저작권법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를 허용한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단서 생략)
혼자 시청할 목적의 1회적 다운로드는 이 조항으로 면책될 여지가 있다. 다운로드 그 자체만으로는 처벌되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설명은 여기서 나온다.
다만 한계가 있다. 불법 복제물임을 알면서 내려받은 경우까지 사적 복제로 보호되는지에 관하여는 부정적인 논의가 유력하고, 내려받은 파일을 공유폴더에 두어 다른 사람이 받아 갈 수 있게 하면 이미 사적 이용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러니 다운로드는 무조건 합법이라는 말도, 다운로드만으로 무조건 처벌된다는 말도 모두 정확하지 않다. 처벌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전송이고, 복제 부분은 사안별로 면책 여지를 따져 보게 된다.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면 — 확인, 보존, 그리고 저울질
실제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첫째, 합의부터 서두르지 말고 혐의사실과 증거를 먼저 확인한다. 어떤 파일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전송했다는 것인지가 특정되어야 방어의 방향이 정해진다.
둘째, 고의를 다툴 자료를 보존한다. 사용한 기기와 프로그램의 설정 화면, 토렌트를 쓰게 된 경위, 사용 기간과 횟수를 보여 주는 자료, 평소 OTT 구독이나 정식 구매로 콘텐츠를 이용해 온 내역 같은 것들이다. 전송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은 말이 아니라 이런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된다.
셋째, 합의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저울에 올린다. 요구 금액이 통상적인 손해의 범위를 크게 넘는다고 보이면, 고의를 다툴 실익이 있는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넷째, 반대로 다툴 실익이 크지 않다면 조기에 합의로 마무리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수사와 재판을 끝까지 거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심리적 부담을 생각하면, 초기에 적정한 조건으로 매듭짓는 편이 전체 부담에서 가벼울 수 있다. 무죄를 받을 길이 있다는 것과, 그 길이 누구에게나 최선이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정리 — 선택지를 알고 하는 판단
정리하면 이렇다. 처벌의 중심은 다운로드가 아니라 전송이다. 이 죄는 원칙적으로 친고죄여서 고소 취소가 사건을 끝내고, 그 구조가 합의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된다. 그러나 전송의 고의는 검사가 증명해야 하고, 고의나 업로드 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무죄 재판례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합의금 요구 앞에서 할 일은 겁에 질려 즉시 응하는 것도, 무작정 버티는 것도 아니다. 내 사안에서 다툴 지점이 있는지, 다투는 비용과 합의로 끝내는 비용 중 어느 쪽이 가벼운지를 알고 선택하는 것이다. 다투면 무죄를 받을 길도 있다는 점을 알고 합의하는 것과, 모르는 채로 요구받은 금액에 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판단이다.
저작권을 존중하는 이용 습관이 가장 근본적인 예방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미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다면, 자신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정확히 아는 데서 대응이 시작된다.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7. 26.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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