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큰돈이 오가는 결정이 내려진다. 결혼을 앞둔 자녀의 전세금이나 집값을 부모가 보태 주고, 사업 자금이 급한 동생에게 형이 목돈을 건넨다. 그 자리에서 차용증을 쓰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몇 년 뒤 그 돈의 성격을 묻는 질문이 두 곳에서 동시에 날아온다는 점이다. 세무서는 자금출처를 물으며 증여세를 매기려 하고, 가족 사이가 틀어지면 돌려달라는 소송이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법과 민사는 같은 돈을 서로 다른 눈으로 본다. 세법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사이에 흘러간 재산을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하고, 받은 쪽이 출처를 소명해야 세금을 피한다. 반대로 민사에서는 돈을 건넨 사실만으로 대여가 인정되지 않고,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차용증 없이 건넨 돈은 세무서에서는 증여로, 법정에서는 돌려받기 어려운 돈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이 글은 증여와 차용을 가르는 기준, 세법상 증여 추정의 구조와 공제 한도, 차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명의와 자금이 다를 때의 문제, 그리고 그 돈이 상속에서 특별수익으로 돌아오는 국면까지 한자리에 정리한다.
증여와 차용 - 같은 돈을 세법과 민사가 다르게 본다
민법 제554조(증여의 의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 제598조(소비대차의 의의)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에서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주는 계약이고, 소비대차는 같은 금액을 돌려받기로 약정하는 계약이다. 둘을 가르는 것은 돈이 오간 사실이 아니라 돌려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가다. 그런데 가족 사이의 돈은 이 합의가 말로만 오가거나 아예 없다.
세법의 증여 개념은 민법보다 넓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행위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타인에게 무상으로 재산이나 이익을 이전하는 것을 모두 증여로 본다(제2조 제6호). 이자를 받지 않고 빌려준 돈의 이자 상당액도 세법에서는 증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의 송금이 두 개의 법정에서 따로 심판을 받는다. 어느 쪽에서도 침묵은 불리하다.
세법의 출발점 - 소득 없는 자녀가 산 집은 증여로 추정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① 재산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 등으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을 취득한 때에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그 재산 취득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이를 그 재산 취득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이 조문이 자금출처조사의 근거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이 집을 사면 과세관청은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매기고, 자력으로 갚았다고 보기 어려운 채무의 상환자금도 마찬가지로 추정한다(같은 조 제2항).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들어 있는 재산은 명의자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같은 조 제4항), 자녀 명의 계좌에 부모가 넣어 둔 예금도 같은 추정을 받는다.
추정에는 문턱이 있다. 출처가 입증되지 않은 금액이 취득가액의 100분의 20과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면 추정을 적용하지 않고(시행령 제34조 제1항), 취득자금이 연령·직업·재산 상태를 고려해 국세청장이 정한 금액 이하인 경우도 제외된다(법 제45조 제3항). 그러나 수억원의 집값을 이 문턱으로 넘기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이 추정의 증명책임을 두 단계로 나눈다. 증여 사실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할 사항이므로, 재산을 취득할 당시 일정한 직업과 상당한 재력이 있고 실제로 상당한 소득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취득자금을 일일이 제시하지 못해도 출처 불명 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 반면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는 사람이 납득할 만한 자금출처를 대지 못하고 그 직계존속 등이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으면 그 재력 있는 사람에게서 증여받았다고 추정한다(대법원 1997. 4. 8. 선고 96누7205 판결).
추정을 세우려면 과세관청이 취득자에게 직업이나 소득이 없다는 점뿐 아니라 증여자에게 재력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고, 2003년 말 개정으로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뒤에도 이 증명책임은 그대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20598 판결). 일단 추정이 서면 이를 뒤집는 쪽의 부담이 무겁다.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과는 별도의 자금출처를 밝히고, 그 자금이 실제로 해당 재산의 취득에 사용되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대법원 1994. 11. 8. 선고 94누9603 판결).
23세 대학생이 경매로 부동산을 낙찰받은 뒤 그 부동산을 담보로 취득자금 상당액을 대출받아 아버지 계좌에 입금하고, 아버지에게서 빌린 돈이라는 지불각서를 낸 사건이 있다. 대법원은 아들에게 소득이 없고 아버지에게 충분한 재력이 있는 이상 취득자금은 증여로 추정되며, 대출금을 아버지 계좌에 입금했다는 사실만으로 차용으로 볼 수 없고 지불각서도 믿기 어렵다고 보았다(대법원 2005. 4. 14. 선고 2004두8958 판결). 서류 한 장으로 추정이 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부 사이의 돈 - 계좌 이체는 추정되지 않지만 집은 다르다
배우자 사이의 계좌 이체는 사정이 다르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서 한쪽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다른 배우자 계좌로 입금되는 경우 증여 외에도 공동생활의 편의, 자금의 위탁 관리,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인출과 입금 사실만으로 증여가 추정되지 않고 과세관청이 증여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생활비 통장을 오가는 돈에 일일이 증여세가 붙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부동산은 다르다. 혼인 중 한쪽 배우자의 단독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830조 제1항), 취득자금의 출처가 다른 배우자로 밝혀지면 명의자가 배우자에게서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그 부동산이 실은 자금을 댄 배우자의 명의신탁 재산이어서 증여가 아니라는 점은 납세자가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8068 판결).
재산 자체를 넘긴 경우도 같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양도한 재산은 양도한 때에 그 가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경매나 공매로 처분된 경우, 대가를 받고 양도한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해 추정이 배제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 부모의 집을 자녀가 샀다고 하려면 실제로 대금이 오간 기록이 있어야 한다.
다만 직업과 소득이 있고 장기간 저축 실적이 있는 아내라면 자금출처를 일일이 밝히지 않아도 남편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0. 6. 8. 선고 90누738 판결). 문제는 늘 소득 기록이 없는 쪽의 명의로 재산이 잡힐 때 생긴다.
증여재산공제와 무상대출 - 법이 허용하는 범위
증여로 정리한다면 공제 한도를 알아야 한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합산해 배우자에게서 받은 경우 6억원, 직계존속에게서 받은 경우 5천만원(미성년자는 2천만원), 직계비속에게서 받은 경우 5천만원, 그 밖의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에게서 받은 경우 1천만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10년에 걸쳐 5천만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여기에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가 더해졌다. 직계존속에게서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받은 증여, 또는 자녀의 출생일이나 입양일부터 2년 이내에 받은 증여는 위 공제와 별개로 합쳐서 1억원까지 공제된다(제53조의2, 2023년 12월 신설). 결혼 자금으로 부모가 보태 주는 돈이 이 범위 안이면 낼 세금이 없고, 넘으면 초과분에 증여세가 붙는다.
차용으로 정리하더라도 세법은 이자를 본다. 타인에게서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리면, 대출금액에 적정 이자율을 곱한 금액(이자를 일부 냈다면 그 차액)을 빌린 사람의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제41조의4 제1항). 적정 이자율은 시행규칙이 법인세법상 당좌대출이자율에 연결해 두었고 현재 연 4.6%이며, 이렇게 계산한 금액이 1천만원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는다(시행령 제31조의4). 대출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1년으로 보고, 1년이 넘으면 해마다 새로 빌린 것으로 계산한다(제41조의4 제2항).
산술적으로는 약 2억 1,7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도 이 규정으로는 과세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이자 상당액만 증여로 보는 것이지 원금을 대여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자도 없고 갚은 흔적도 없는 대여는 세무조사에서 원금 전체가 증여로 뒤집힌다. 세액 계산은 세무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원금이 증여인지 차용인지는 그 이전의 문제다.
차용으로 인정받으려면 - 차용증보다 실제 흐름이다
민사에서 돈을 돌려받으려면 대여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금전 수수 사실에 다툼이 없더라도 원고가 그 원인을 소비대차라 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면, 소비대차로 인해 수수되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 돈이 건네진 사실이 빌려준 사실을 증명해 주지 않는다는 오래된 원칙이다.
계좌이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금전을 이체하는 송금은 다양한 법적 원인에 기하여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송금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증여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쉽게 추단할 수 없고 증여라고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30861 판결). 거꾸로 송금 사실만으로 소비대차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송금 기록은 양쪽 모두에게 출발점일 뿐이고, 그 돈의 성격은 다른 증거로 채워야 한다.
무엇이 증거가 되는가. 차용증이 첫째지만 차용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 사이의 차용증은 세무조사 직전이나 소송 직전에 날짜를 소급해 작성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그래서 작성 시점을 객관적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공증이나 확정일자, 작성 당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그 역할을 한다.
차용증에는 다음이 들어가야 한다.
①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의 인적사항, 작성일자, 서명 또는 날인.
② 원금과 지급 방법. 계좌이체로 건넨 날짜와 금액이 차용증의 기재와 맞아야 한다.
③ 변제기. 언제 갚는지가 없으면 대여인지 증여인지부터 다투게 된다.
④ 이자율과 이자 지급일. 무이자로 하더라도 그 사실을 적어 두고, 이자 상당액의 증여 규정을 함께 검토한다.
⑤ 변제 재원. 빌리는 사람에게 갚을 능력이 없어 부모가 대신 갚게 되면, 그 상환자금이 다시 증여로 추정된다.
차용증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의 실제 흐름이다. 약정한 이자가 매달 계좌로 들어가고, 원금 일부가 변제기에 맞춰 갚아지고, 갚지 못했을 때 독촉한 기록이 있어야 대여의 실체가 인정된다. 앞서 본 대학생 아들 사건에서 지불각서가 배척된 것도 소득이 없는 아들이 자력으로 갚았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자와 변제의 기록이 없는 차용증은 세무서에서도 법정에서도 종이 한 장에 그친다.
명의와 자금이 다를 때 - 자금 증여인가, 명의신탁인가
부모 돈으로 자녀 명의의 집을 사는 경우는 두 갈래로 갈린다. 자녀가 그 집의 실제 소유자가 되는 것이라면 부모가 준 것은 돈이고 자금 증여의 문제다. 반면 부모가 계속 실질 소유자로 남고 자녀의 이름만 빌린 것이라면 명의신탁이고 부동산실명법의 문제가 된다. 지난 글에서 다뤘듯 부동산 명의신탁은 무효이고 과징금과 형사처벌의 대상이며, 명의를 빌려준 자녀가 몰래 처분해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두 갈래는 세금도 다르다. 자금 증여라면 증여세를 내고 나면 그 집은 온전히 자녀의 것이다. 명의신탁이라면 토지와 건물은 명의신탁재산 증여 의제의 대상에서 빠지므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 증여세 대신 부동산실명법상 과징금이 문제 되고, 나중에 부모가 돌려받으려 할 때 소송이 필요하다.
어느 쪽인지는 등기 명의가 아니라 누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기 위해 대가를 부담했는가로 정해진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단독 명의 부동산에서 다른 배우자가 매수자금의 출처라는 사정만으로는 명의신탁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배우자가 부동산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기 위해 대가를 부담했는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가려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다49572 판결).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따지는 사정은 같다. 누가 살고 관리하는지, 대출 이자를 누가 갚는지, 임대 수익이 누구 계좌로 들어가는지가 그 답을 만든다.
부부 공동명의도 자금 분담과 지분이 어긋나면 문제가 된다. 한쪽 소득으로 산 집을 절반씩 공동명의로 하면 자금을 대지 않은 배우자의 지분 취득자금이 증여로 추정될 수 있고, 배우자 공제 6억원을 넘는 부분에 증여세가 붙는다. 공동명의를 택할 때는 각자 부담한 자금과 지분 비율을 맞추고 그 근거를 남겨야 한다.
상속 국면 - 생전에 준 돈은 특별수익으로 돌아온다
증여로 정리하고 세금까지 냈다고 끝이 아니다. 부모가 사망하면 그 증여는 상속에서 다시 계산된다.
민법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 다만,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하여진 때에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은 공동상속인이 생전에 받은 증여를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뤄 구체적 상속분을 계산할 때 참작한다. 어떤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인지는 피상속인의 생전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형평을 고려해, 그 증여가 장차 상속인이 될 사람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로 결정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판결). 자녀의 집값으로 건넨 목돈은 이 기준에 정면으로 들어온다.
반면 혼수 비용이나 손자녀 유학비 송금이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거나 증여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4. 11. 25. 자 2012스156 결정). 부모가 자녀에게 준 모든 돈이 특별수익은 아니며, 액수와 성격, 그리고 증거에 따라 갈린다.
배우자에 대한 생전 증여는 다르게 본다.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로서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함께 획득·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해 온 배우자에 대한 증여에는 기여에 대한 보상과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여생에 대한 부양의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그 한도에서 특별수익에서 제외해도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치지 않는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배우자가 아니어도 특별한 부양이나 기여의 대가가 포함된 증여는 그 한도에서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되, 유류분 제도가 형해화되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판결). 2026년 3월 시행된 개정 민법 제1008조 단서가 이 법리를 조문에 옮겼다.
유류분에서도 같은 증여가 계산된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는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간의 것에 한하지만(민법 제1114조), 공동상속인이 받은 특별수익에는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수십 년 전의 증여라도 산입된다(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한 자녀에게만 집을 사 준 부모가 사망하면 다른 자녀가 그 증여를 기초로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구조는 앞서 유류분 글에서 본 그대로다.
지난 상속포기 글과 연결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생전 증여를 받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어 제1008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그 증여는 다시 제1114조에 따라 상속개시 전 1년 이내의 것이거나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경우에만 유류분 산정에 산입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19465 판결). 오래전에 집값을 받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다른 형제의 유류분 계산에서 그 돈이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리 - 증여면 신고하고, 차용이면 갚아라
정리하면 이렇다. 가족 사이의 돈은 세법에서는 증여로 추정되고, 민사에서는 대여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자녀의 집값은 증여로 추정되며 서류 한 장으로 추정이 깨지지 않는다. 배우자 사이의 계좌 이체는 추정되지 않지만 부동산 취득자금은 추정된다. 차용으로 정리하려면 차용증과 함께 이자와 변제의 실제 기록이 있어야 한다. 명의와 자금이 다르면 자금 증여인지 명의신탁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그리고 증여로 정리한 돈은 상속에서 특별수익과 유류분으로 다시 계산된다.
실무에서 남겨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증여라면 증여세를 신고한다. 공제 범위 안이라 낼 세금이 없어도 신고 기록은 훗날 자금출처와 특별수익을 정리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둘째, 차용이라면 차용증에 변제기와 이자를 적고 실제로 이자를 보내고 원금을 갚아 나간다. 갚는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빌려준 돈은 결국 증여로 읽힌다.
셋째, 형제 사이의 형평을 위해 누가 언제 얼마를 받았는지 문서로 남기고, 필요하면 유언이나 상속재산분할 협의에 반영한다. 세 가지 모두 돈을 건네는 그날 정해야지, 세무조사 통지나 소장을 받은 뒤에는 늦다.
명절에 오가는 큰돈은 가족의 마음에서 나오지만, 법은 그 돈을 마음이 아니라 기록으로 판단한다. 증여면 신고하고, 차용이면 갚아라. 이 두 문장이 세금과 소송 양쪽에서 가족을 지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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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9. 23.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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