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내용증명이 날아온다. 판매를 중지하라, 게시물을 내려라,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붙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경고장의 근거가 된 디자인권 자체가 무효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심사 없이 등록되는 디자인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디자인일부심사등록 제도의 구조, 그 허점을 악용한 공격 방식, 그리고 공격받은 판매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을 한자리에 모아 조망한다.
디자인일부심사등록이란 — 신규성 심사 없이 등록되는 디자인권
디자인권은 원래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등록된다. 그러나 유행에 민감하고 수명이 짧은 물품은 심사를 기다리는 사이 보호의 실익이 사라진다.
그래서 법은 일부 품목에 대해 핵심 요건을 심사하지 않고 빠르게 등록해 주는 길을 열어 두었다. 디자인일부심사등록 제도다.
디자인보호법 제37조(디자인등록출원) ④ 디자인일부심사등록출원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은 물품류 구분 중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물품으로 한정한다.
현재 일부심사 대상은 로카르노 분류 기준 7개 물품류다. 식품(제1류), 의류와 패션잡화(제2류), 가방 등 신변품(제3류), 섬유·시트직물(제5류), 포장용기(제9류), 보석·장신구(제11류), 문방구·사무용품(제19류)이다.
한눈에 보이듯,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품목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제도에서는 신규성·창작성 같은 실체 요건을 등록 단계에서 따지지 않는다. 이미 시중에 널리 팔리던 디자인이라도 서류만 갖춰 출원하면 등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점을 악용하는 방식 — 남의 디자인을 등록해 진짜 판매자를 공격한다
실제 분쟁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누군가 시중에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 디자인을 자기 이름으로 일부심사등록해 둔다. 심사가 없으니 등록 자체는 어렵지 않다.
등록증이 나오면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셀러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낸다. 요구는 대체로 비슷하다. 판매 중지, 게시물 삭제, 그리고 합의금. 응하지 않으면 디자인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하고, 플랫폼에 신고해 판매 페이지가 차단되는 경우도 있다.
더 교묘한 문제도 있다. 공격자는 그 기간에 '정식 등록된 권리자'라는 외양을 앞세워 자기 물품의 판매를 늘린다. 경쟁자의 판매는 막아 두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물품이라는 허상을 심는 것이다. 무효인 권리로 시장의 신뢰를 가로채는 셈이다.
받은 쪽의 어려움 — '무효'를 확인하고 다투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방어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은 두 갈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등록 직후라면 디자인일부심사등록 이의신청이 있다. 누구든지 디자인권 설정등록일부터 등록공고일 후 3개월이 되는 날까지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디자인보호법 제68조),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등록취소결정이 내려진다. 취소결정이 확정되면 그 디자인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제73조).
그 기간이 지났다면 디자인등록 무효심판이다(제121조). 이해관계인이 특허심판원에 청구하고, 무효 심결이 확정되면 역시 디자인권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
문제는 현실이다. 경고장을 받은 판매자가 전문가의 조력 없이 상대 디자인권이 무효인지 스스로 판별하기는 어렵다. 이의신청 기간이 남아 있는지, 무효심판을 청구할 자료가 갖춰져 있는지, 그 판단부터가 전문 영역이다.
그리고 절차에는 시간과 비용, 상당한 스트레스가 따른다. 다투는 동안에도 판매 차단과 매출 하락은 계속된다. 나중에 무효가 확정되더라도, 그 사이에 잃어버린 판매 기회와 신용의 손해를 온전히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전략 — 신속하게 대응하고, 상대의 '이익'을 묶어둔다
어차피 대응해야 한다면 빨라야 한다. 시간은 공격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우선 상대방의 목적을 읽어야 한다. 합의금이 목적인지, 시장에서 경쟁자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적인지에 따라 대응의 결이 달라진다.
다음으로 장차 입을 피해를 산정해 둔다. 판매 차단 기간의 매출 손실, 광고비, 재고 부담까지 구체적 숫자로 정리해 두어야 이후의 청구가 단단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이 있다. 이런 공격자의 수익 대부분은 오픈마켓·소셜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정산금이다. 돈의 흐름이 한곳으로 모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압류 등 보전처분으로 공격자가 취득할 이익을 묶어둘 방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익을 묶어둔 채 본안을 다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피해를 보전받을 길이 열리기도 한다. 반대로 아무 조치 없이 절차만 기다리면, 이겨도 받아낼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정리 — 지식재산권을 수단으로 한 판매 방해, 전문성과 속도가 승부를 가른다
심사 없이 등록되는 디자인권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공격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 경고장 한 장에 판매를 접을 일도 아니고, 반대로 무시하고 버틸 일도 아니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지식재산권을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판매 방해는 제도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이른 시점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상대의 목적과 이익 구조를 파악해 신중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7. 25.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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