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형사사건을 의뢰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바라는 것은 대개 "어떻게든 다퉈서 죄를 줄여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변호를 오래 하다 보면, 다툴 수 있는 쟁점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일부러 다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가 그랬습니다. 검사의 기소에는 분명한 빈틈이 있었고, 그 틈을 파고들면 혐의 하나를 미수로 끌어내릴 여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카드를 쓰지 않았습니다. 쓰지 않는 편이 의뢰인에게 더 나은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평범한 분이었습니다. 다만 십수 년 전, 같은 대마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오랜 기간 약물에 손대지 않고 지내 왔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다시 같은 일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의뢰인에게 적용된 혐의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대마 매수 미수였습니다. 텔레그램의 마약 판매 채널에 대금을 코인으로 보내고 물건이 숨겨진 좌표를 받았으나, 경찰이 그 물건을 먼저 회수해 가는 바람에 실제로는 손에 넣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습니다.
둘째는 대마 흡연이었습니다. 집에서 액상 형태의 물질을 전자담배에 넣어 흡연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셋째는 합성대마 소지였습니다. 'ADB-부티나카'라는 성분이 든 액상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동종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세 개의 마약 혐의가 한꺼번에 걸린 사건이었습니다. 자칫 실형, 즉 수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소장과 증거기록이 어긋나 있었습니다
저는 사건을 맡은 뒤 증거기록을 한 장씩 대조해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검사는 두 번째 혐의를 '대마 흡연'으로 기소했는데, 정작 압수된 물건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흡연에 사용한 전자담배 기기에서, 그리고 함께 압수된 액상 대부분에서 검출된 성분은 대마(THC)가 아니라 '합성대마(ADB-부티나카)'였습니다. 의뢰인은 그것을 '대마'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물질은 합성대마였던 것입니다. 더 눈에 띈 것은, 검찰 내부에서 추징금을 계산하며 작성한 문서조차 같은 흡연 행위를 '대마 흡연'이 아니라 '합성대마 사용'이라고 적어 두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법리적으로 보면, 흡연한 물질이 대마가 아니라면 '대마 흡연'을 완성된 범죄(기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마를 피우려 했지만 실제로는 대마가 아니었던 셈이니, 이론적으로는 '대마 흡연의 불능미수' — 즉 처음부터 결과가 발생할 수 없었던 미수에 그쳤다고 다툴 여지가 있었습니다. 미수에 그치면 형은 그만큼 가벼워집니다. 검사가 증거기록을 끝까지 따져 의율했다면 잡았을 부분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채 기소한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쟁점을 다투지 않았습니다
언뜻 보면 당연히 파고들어야 할 빈틈입니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 '이론적으로 유리한 주장'과 '실제로 유리한 결과'는 다릅니다. 저는 이 주장을 꺼냈을 때 검사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계산했습니다.
'대마 흡연의 불능미수'를 주장하려면, "의뢰인이 흡연한 것은 대마가 아니라 합성대마였다"는 점을 변호인 스스로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검사는 공소장을 '합성대마 흡연(사용)'으로 변경해 버릴 수 있습니다. 합성대마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단순 대마보다 법정형이 더 무겁고, 입증도 어렵지 않습니다. 정확한 성분까지 알 필요 없이 '마약류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불능미수가 인정되려면 '원래 대마를 흡연하려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의도를 다투는 과정에서 의뢰인의 소변·모발 감정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된 정황까지 오히려 더 부각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 단계 가벼워지려고 시작한 다툼이, 더 무거운 향정 혐의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저울질의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부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작고, 그로 인해 감수해야 할 위험은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마 흡연'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검사가 가볍게 의율해 둔 그 자리를 굳이 흔들지 않고, 그 위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내는 데 모든 힘을 모으는 전략이었습니다.
인정한 다음에는, 양형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혐의를 인정하기로 한 이상, 남은 싸움은 '왜 이 사람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하는가'였습니다. 저는 의뢰인이 사건 직후부터 병원 치료와 중독 회복 프로그램을 꾸준히 받아 온 점, 자조 모임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단약을 실천해 온 점, 여러 차례의 약물검사에서 빠짐없이 음성 판정을 받아 온 점, 그리고 홀로 노모를 부양하는 실질적 가장이라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촘촘히 정리해 변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실형을 피하고 사회 안에서 치료와 회복을 이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종 전과가 있고 세 개의 마약 혐의가 함께 걸려 있던 사건이었음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형사사건은 '검사를 읽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빈틈을 발견한 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 빈틈을 '쓰지 않기로' 판단한 데 있었습니다.
형사사건의 결과는 유리한 주장을 많이 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검사가 사건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어떤 의도로 어디까지 기소했는지, 우리가 어느 지점을 건드리면 검사가 어떻게 반격할 수 있는지, 이것을 읽어 내고, 다툴 것과 인정할 것을 가려내는 일이 결과를 가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이 판단이 어긋나면, 가벼워질 사건이 오히려 무거워집니다.
이런 판단은 법조문만으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건에서 검사와 법원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겪어 본 경험에서 나옵니다. 마약 사건처럼 한 번의 판단이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사건일수록, 그 경험의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비슷한 일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마약 사건은 혐의를 인정할지 다툴지, 어느 지점에서 무엇을 주장할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동종 전과가 있거나 여러 혐의가 함께 걸린 경우, 섣부른 다툼이 오히려 형을 무겁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사건의 구조를 함께 짚어 볼 수 있도록 편하게 상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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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6. 26.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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