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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은 어떻게 굴러가는가 — 조합장 뒤의 기획자, 그리고 돈의 흐름

Posted on 6월 26, 202610월 9, 2026 by 부석준
지역주택조합은 어떻게 굴러가는가 — 조합장 뒤의 기획자, 그리고 돈의 흐름
부석준 변호사2026. 6. 26.네이버 블로그 원문
지역주택조합은 어떻게 굴러가는가 — 조합장 뒤의 기획자, 그리고 돈의 흐름

들어가며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에는 여러 주체가 등장한다. 조합원, 조합장(추진위원장), 시공사, 업무대행사, 분양대행사, 그리고 나중에 들어오는 일반분양자. 그런데 사업이 무산되었을 때 실제로 돈을 잃는 사람은 사실상 한 축뿐이다. 바로 조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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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특정 사업장을 가리키지 않는다. 모든 지주택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상당수 사업장에 들어맞는 구조를 차근히 따라가 본다. 조합장은 어떻게 정해지고, 사업은 누가 기획하며, 조합원이 낸 돈은 어디로 흐르는지를 절차와 함께 짚는다.


리스크는 누가 지는가

지주택은 토지를 확보한 시행사가 짓고 파는 일반 분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토지도 없는 상태에서 조합원을 먼저 모으고, 그 분담금으로 토지를 사 모으며 사업을 진행한다. 법적으로 조합원은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업주체가 되어 사업의 성패와 비용 증가 위험을 함께 지는 '공동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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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시공사는 토지와 사업 여건이 갖춰진 뒤 공사를 맡고, 업무대행사와 분양대행사는 용역의 대가를 받으며, 일반분양자는 준공이 가시화된 단계에서 들어온다. 사업이 중간에 엎어졌을 때 이들이 입는 손해는 조합원에 비하면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 요컨대 지주택은 위험의 대부분이 조합원 한쪽으로 쏠려 있는 구조다.


조합장은 정말 사업의 주인인가

제도의 취지대로라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조합장을 뽑아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업이 그렇게 주민의 자발적 의지로 시작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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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제도 안에 있다. 우선 사업을 기획해 이익을 노리는 주체가 법인이라면, 법인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도 조합장도 될 수 없다. 또 조합원 자격은 주택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한 무주택(또는 소형주택 1채 소유) 세대주로 제한된다. 그러니 사업을 설계한 사람이 스스로 전면에 나서 조합장을 맡기는 어렵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매우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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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흔히 나타나는 그림은 이렇다. 사업을 기획한 주체는 뒤에 서고, 조합장 자리에는 자격 요건을 갖춘 그 지역의 누군가가 얼굴로 세워진다. 조합장이 사업의 실질적 주인이 아니라 내세워진 대표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기획 주체의 여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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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위험을 조합원에게 넘기면서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이 사업을, 뒤에 선 기획자는 어떤 식으로 시작시킬까. 정해진 한 가지 공식은 없고, 실무에서는 여러 유형이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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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해당 지역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큰 땅을 가진 사람이, 지주택 사업을 지렛대로 자기 토지의 가치를 끌어올려 이익을 가져가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건설사 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실질을 주도하면서 자기편 조합장을 세우는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특정 자본이 초기 추진위 결성과 조합원 모집이 가능한 단계까지를 보조해 준 뒤,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과실을 노리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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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로 모인다. 사업을 설계한 다른 주체가 뒤에 있고, 조합장은 그 지역의 누군가가 내세워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절차를 따라가 보면 - 신고부터 대행계약까지

조합장 자리에 앉은 이가 밟는 절차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추진위원회는 법적 실체가 약한 임의단체다. 조합원을 공개 모집하려면 먼저 해당 주택건설대지의 50% 이상에 대한 토지 사용권원을 확보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조합원 모집신고를 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주택법 제11조의3). 그리고 이 단계에서 추진위는 업무대행사와 업무대행계약을, 분양대행사와 분양대행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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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대행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택법 제11조의2는 조합 업무의 대행을 공동사업주체인 등록사업자나 일정 자격·자본금을 갖춘 자에게만 맡기도록 하고, 업무대행의 범위와 손해배상책임을 정하고 있다. 다만, 위 규정이 업무대행사의 투명성을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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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합원 모집과 가입계약(가입비 예치)을 거쳐 창립총회를 열고, 80% 이상 사용권원과 1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하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주택법 제11조). 그다음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수 있고(주택법 제15조 및 시행령), 착공 전까지는 소유권을 100% 확보해야 한다. 즉 사업 개시와 사업 완성은 토지 확보율이라는 관문으로 여러 단계 떨어져 있다.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 업무대행비·분양대행비의 정체

여기서 핵심은 돈이다. 업무대행사나 분양대행사가 거창한 회사일 것 같지만, ○○개발·○○건설·○○컨설팅 같은 이름에 직원 몇 명뿐인, 사실상 껍데기에 가까운 회사인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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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이 추진위와 맺는 계약의 규모는 작지 않다. 업무대행비는 세대수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르고, 조합원에게는 분담금과 별도로 1인당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의 업무추진비가 부과되기도 한다. 사업에 참여할 사람을 모으는 일을 분양대행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업 참여를 분양으로 포장하는 것 자체가 본질을 가린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기망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명칭 사용을 정면으로 규제하는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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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이 금액을 들으면 그리 대단한 업체도 아닌데 왜 저런 돈을 주고 일을 맡기나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비싼데 왜 맡기느냐는 물음은 큰 의미가 없다. 맡기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흘러나간 돈이 모종의 경로를 거쳐 사업을 기획한 쪽으로 회수되는 구조라면, 기획자는 사업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수익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업무대행사를 둘러싼 비리, 예컨대 같은 업무를 별도 계약으로 이중 청구하거나 신탁사가 아닌 대행사 계좌로 돈을 받아 빼돌리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이런 구조에서는 사업이 엎어져도 기획자는 손해가 거의 없고, 손실은 속아서 가입한 조합원의 몫으로 남는다.


'토지사용권 80%'라는 안심 멘트의 함정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토지사용권을 80%, 90% 확보했으니 절차만 남았다, 안심하고 가입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사용권원과 소유권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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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사용권원, 특히 토지사용승낙서는 토지주에게서 지주택 사업을 한다면 내 땅을 써도 좋다는 확인서 한 장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거의 없다. 초기 세팅을 위해 돈을 받고 승낙서를 써 주는 경우도 있고,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면 팔면 그만, 엎어지면 원래대로 땅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사용권원 확보율은 부풀려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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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가 정해졌다거나 시의 허가가 났다는 말로 포장하더라도, 토지 소유권을 95% 확보하기 전까지는 사업의 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 소유권 확보의 벽 앞에서 상당수 사업장이 멈춘다. 첫 관문인 조합설립인가조차 넘지 못한 채 추진위 단계에서 주저앉는 곳이 과반이고, 통계상 끝내 입주에 이르는 사업장은 열 곳 중 한두 곳 수준에 그친다.


해산 이후 - 남는 건 푼돈

사업이 좌초해 조합(추진위)이 해산하면, 그 시점에 조합원에게 돌려줄 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합 임원 보수, 업무대행비, 분양대행비, 각종 사업비로 분담금의 상당 부분이 이미 소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매입한 토지조차 사업이 무산된 상태에서는 기대했던 값보다 훨씬 싸게 경매로 처분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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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 과정에서도 임금이나 보수의 형태로 조합 자금을 계속 수령하는 누군가가 있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이 긴 과정 전체가, 일반 조합원을 제외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이권이 되는 셈이다.


성공담의 그늘 - 생존자 편향

어느 지역 지주택이 일반분양에 성공해 얼마가 남았다더라, 다 쓰러져 가던 동네에 프리미엄 아파트를 지어 조합원들이 큰 이익을 봤다더라 같은 이야기가 돈다. 그러나 이는 살아남은 소수만 보고 하는 생존자 편향이다. 회자되는 성공담 뒤에는, 입주에 이르지 못하고 분담금을 회수하지 못한 훨씬 많은 사업장과 조합원들이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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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은 안정성이 확인된 단계에서는 이미 들어가기 어렵고, 그 이전 단계는 위험이 매우 큰 반면 잘 되어 봐야 손에 쥐는 것은 시세보다 다소 싼 아파트에 그친다. 위험과 기대수익의 균형으로만 따져도, 검증되지 않은 단계의 지주택에 들어가지 않는 편이 합리적인 판단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입을 검토한다면

지주택 가입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다행히 주택법은 가입자에게 한 번의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주택법 제11조의6에 따르면, 가입 신청자는 가입비 등을 예치한 날부터 30일 이내라면 별다른 사유 없이 가입 청약을 철회할 수 있고, 모집주체는 이를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며 예치된 가입비는 전액 반환된다. 이때 기준일은 계약서를 쓴 날이 아니라 가입비를 예치한 날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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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이 30일이라는 단 한 번의 카드를 쓰기 전에, 즉 임의 해지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자신이 가입했거나 가입하려는 곳이 어떤 사업장인지, 토지 소유권은 실제로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그 뒤에 누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그 30일을 흘려보내고 나면, 빠져나오는 일은 들어갈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워진다.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6. 26.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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