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돌아가신 가족의 재산을 정리하려 제적등본을 떼어 봤더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가족으로 적혀 있다. 누구냐고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고, 그 이름 하나 때문에 상속 절차 전체가 멈춰 선다. 드문 일 같지만, 오래된 호적·제적부에는 이런 기록이 생각보다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그렇게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던 한 사람' 때문에 열두 명의 상속이 가로막혔던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의 뒤에는, 반세기 넘게 묻혀 있던 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판결문 중 발췌
사건의 배경
피상속인은 직계 자녀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그 형제자매와, 이미 돌아가신 형제자매의 자녀들(대습상속인)이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고, 상속인은 모두 열두 명에 이르렀습니다. 신청인들은 그중 피상속인의 언니(이미 오래전 사망)의 자녀들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언니의 제적등본이었습니다. 자녀로 한 사람이 더 올라가 있었는데, 신청인들은 그런 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머니가 오래전 딸을 한 명 잃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유산한 아이에 대해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했고, 그것을 평생 안타까워하던 부모가 세월이 한참 지난 뒤 그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무렵 마치 그때 태어난 것처럼 뒤늦게 출생신고를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실제로는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서류상으로만 가족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그 마음은 오랜 시간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묻혀 있었습니다. 그러다 피상속인이 세상을 떠나 상속이 개시되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후손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이름이 열두 명의 상속을 멈춰 세우다
상속등기를 하려면 상속인이 누구인지가 서류상 분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적등본에 그 '존재하지 않는 자녀'가 언니의 자녀로 올라가 있으니, 법률상으로는 그 사람도 공동상속인 중 하나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등기소는 상속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속등기를 받아 주지 않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은 정당한 권리를 한 발짝도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실종자라면 또 다른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애초에 태어난 적이 없는, 법적으로 '허무인'이었습니다. 실존하지 않는 사람을 상속에서 제외하려면, 그 사람의 기록 자체를 바로잡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결방법 - 등록부정정허가신청
저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에 따른 등록부정정허가신청으로 사건을 진행했습니다. 사실과 맞지 않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바로잡는 절차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던 그 사람의 제적부와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을 말소·폐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핵심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 사람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다는 점, 즉 '허무인'임을 법원이 납득할 만큼 소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일
어떤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일은 훨씬 까다롭습니다. 남아 있는 자료가 '없다'는 사실들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갈래로 이를 소명했습니다. 먼저 그 사람의 제적등본에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부여받는 주민등록번호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출생신고도 실제 출생일이라는 날로부터 7년이나 지나서야 이루어져, 정상적인 신고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학적·의료·납세 등 한 사람이 사회생활을 했다면 남았어야 할 어떠한 공적 기록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 형제자매들의 어린 시절 생활기록부를 발급 가능한 만큼 전부 확보해, 가족 구성을 적는 칸에 그 사람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일부 기록의 형제자매 수가 어긋나는 부분까지도, 작성 시점과 출생 순서를 따져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음을 함께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육청, 경찰청, 출입국·외국인청, 세무서 등 여러 기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어느 곳에도 그 사람의 흔적이 없음을 확인받았습니다.
이렇게 '없음'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한 방향으로 모이고 나서야, 그 사람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법원의 결정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제적부 중 해당 인물의 호적은 위법한 호적이므로 전부 말소하고, 그 가족관계등록부는 위법한 등록부이므로 전부 폐쇄하는 것을 각각 허가한다는 결정이었습니다.
이로써 상속인 관계를 가로막던 기록이 정리되었고, 신청인들은 비로소 막혀 있던 상속등기 절차를 이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지 못한 딸을 향했던 어머니의 오래된 마음도, 반세기를 지나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상속을 준비하다 제적등본이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사실과 다른 기록을 발견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가족으로 올라가 있거나, 실제와 다른 신분 기록이 남아 상속등기가 막히는 상황이라면, 등록부정정 절차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어떤 자료로,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만큼 사안마다 접근이 달라집니다.
비슷한 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아래로 편하게 상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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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법률사무소 가양」에 2026. 6. 15. 게시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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